눈이 보이지 않는 일상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는가? 우리는 보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살지만, 눈에 이상이 생기기 전까지는 시력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 주요 안과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뒤늦게 발견되면 치료가 어렵고, 경우에 따라 실명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실명 위험을 줄이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이나 개인 검진 항목에는 시력 측정 정도는 포함돼 있지만, 정밀한 안과 검사는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로 전신 질환을 조기에 찾듯 눈도 체계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인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 안과를 찾아야 검사가 이루어진다. 특히 40세 이후에는 백내장과 녹내장의 위험이 높아진다. 녹내장은 말기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기 검진 없이는 발견이 어렵다. 이에 대한안과의사회는 성인 국가검진에 안저검사 포함을, 유소아 국가검진에는 굴절·사시 검사 등 안과질환 항목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소아와 청소년은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시력 문제를 스스로 자각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이나 TV를 아주 가까이에서 보거나, 머리를 기울여 보거나, 눈을 자주 찡그리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만 3~4세에는 첫 안과 검진을 시행하고, 이후 성장 단계에 맞추어 정기 검진을 이어가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실외 활동 감소로 전 세계적으로 소아 근시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근시 유병률이 매우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근시는 대체로 어릴 때 시작될수록 더 빨리 진행하는 경향이 있으며, 심한 근시는 성인기에 망막 박리, 녹내장, 황반변성 같은 심각한 질환 위험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단순히 안경으로 교정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 드림렌즈, 근시 억제 안경렌즈 등을 통해 근시 진행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추세다. 이는 개인과 가정, 나아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중요한 흐름으로, 소아 시기부터 정기적인 안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안과 검진 항목은 시력·굴절 검사 외에도 다양하다. 안압검사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안압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상안압녹내장의 비율이 높아 안압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녹내장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시신경 유두검사와 시야검사가 반드시 함께 필요하다. 이외에도 세극등 현미경 검사로 각막과 수정체 상태를 확인하고, 안저검사로 망막과 황반, 혈관 이상을 진단할 수 있다. 소아에게는 사시·약시 검사와 조절력 평가가 추가된다.
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습관이 필요하다. 성인은 국가검진의 공백을 스스로 보완해야 하고, 소아·청소년은 근시 억제 치료와 함께 정기 검진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선택이 아니라, 평생 시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건강 습관이다.
김명준 대구 보라빛안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