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뮤지컬 무대…배우 서사 녹인 보편적 웃음, 가족애 기반한 공감대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양육권을 빼앗길 위기
에 처한 더빙 배우 다니엘(황정민 분)이 자기 경력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심사
관 앞에서 대사를 읊는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 속 명대사가 무대에서 재현되자,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진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배우의 서사를 녹여 만든 웃음이 가득한 무대였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혼한 다니엘이 자기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보모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전처 미란다 집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할리우드 영화를 뮤지컬로 옮겨 202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국내에서는 2022년 처음 선보였다.
황정민은 다니엘 역으로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 이후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섰다. 다니엘은 목소리 연기자지만, 제대로 된 직장이 없어 양육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다. 그는 결국 변장해 전처 집으로 가서 아이를 돌본다.
공연은 주연 배우의 서사에 기반한 각종 패러디로 다니엘이 변장하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황정민은 영화 '신세계', '베테랑', '서울의 봄' 등 많은 히트작을 남기며 주연으로서 출연한 영화 작품들의 누적 관객 수가 1억명이 넘는 배우다. 그만큼 관객이 그의 서사에 공감할 여지도 넓다. '서울의 봄' 등 그의 작품 속 명대사가 나올 때마
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황정민은 자기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 속 대사들도 패러디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브로드웨이 작품을 국내 배우 맞춤형으로 변화시킨 제작진들의 창작 역량이 빛났다.
황정민은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붙들었다. 다니엘과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오가는 1인 2역을 익살스럽게 소화하는 한편, 자녀를 향한 절절한 부성애도 보여줬다. 종합예술이라는 뮤지컬의 특성에 맞춰 노래, 춤은 물론 랩까지 선보였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처럼 배우가 지닌 팔색조의 매력을 끌어내며 온 가족이 즐기는 뮤지컬로 연출됐다. 다니엘이 빠르게 변신하는 '퀵 체인지'를 비롯해 넘버 '날 여자로 만들어줘'(Make Me a Women)에서의 화려한 군무 등 볼거리도 가득했다.
공연은 유쾌함 속에서도 가족에 관한 의미도 돌아보게 한다. 극에는 이혼 가정, 동성(同性) 부부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고 리디아, 크리스, 나탈리는 부모 다니엘과 미란다의 이혼에 혼란스러워한다. 공연은 극 말미 '사랑이 있는 한'(As Long As There Is Love)라는 넘버로 가족은 무엇인지에 관한 메시지도 전달한다.
공연은 오는 12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