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막바지, 국민의힘이 쏘아 올린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뜨겁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중국인들이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서 의료 쇼핑, 선거 쇼핑, 부동산 쇼핑, 이른바 3대 쇼핑 중"이라며 "바로잡아야 할 우리 국민 역차별(逆差別)"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관대한 정책 때문에 중국인들이 불공정하게 혜택을 누린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행태'라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팩트'도 틀렸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55억원 흑자, 즉 중국인이 낸 건보료 액수가 받은 혜택보다 컸다는 것이다. 반중 정서에 편승해 극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여당의 '친중반미(親中反美)' 성향을 줄곧 문제 삼아 왔다.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발언, 간첩법 처벌 대상을 '적국(敵國·북한)'에서 북한 외로 넓히는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 반대,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 국가' 지정 파장 등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기 직전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현 정부도 '친중반미 정권'이라는 비판을 의식하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다시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으로 돌아가 보자.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관계부터 모두 허구라고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인은 수년간 건보 재정 적자를 유발해 '건보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지적대로 최근 중국인의 건보 재정 흑자 전환은 의미 있지만, 여전히 타 국가에 비해 흑자 폭은 미미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베트남 국적자는 1천933억원의 보험료를 납부해 1천203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중국인은 9천369억원을 납부하고도 55억원의 흑자에 그쳤다.
2024년 기준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한 외국인 1위는 미국이 맞다. 미국인 소유주 중 63%는 강남 3구 등 '한강 벨트'에 집중됐는데, 이들 대부분은 '검은 머리 외국인'인 교포 출신의 '투자(投資)'로 추정됐다. 중국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구로구·영등포구·동대문구·금천구 등에 많은 점으로 미뤄 '실수요(實需要)'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참정권 경우, 우리나라는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영주권 취득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 조항이 처음 적용된 2006년 지방선거만 해도 외국인 유권자는 6천726명에 그쳤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선 12만6천668명까지 늘었다. 이 중 78.9%인 9만9천969명은 중국인으로, '중국인들이 한국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민 전반에 반중 정서도 강해지고 있다. 올해 초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5 양극화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란 답변은 71.5%에 달했다. 79%인 북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중국인 3대 쇼핑 금지법 추진도 이런 여론에 기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도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토대로 해야지, 자칫 혐중(嫌中)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힐 수 있다. 경주 APEC을 코앞에 둔 시기도 부담이다. 감정적 구호보다는 합리적 제도 보완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편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