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은 그려지는 그림, 만들어지는 조각" 고향서 대규모 회고전 연 이강소 작가

입력 2025-10-02 1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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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정신으로 한국 현대미술 이끈 1세대
1970년대~최근작 및 아카이브 등 전시
내년 2월 22일까지 대구미술관 1전시실·어미홀

이강소 작가가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고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이강소 작가가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고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이강소 작가가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고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이강소 작가가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고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는 한국 현대미술이 확산하는 전초기지였습니다. 특히 서구와 형식적으로 다른, 한국만의 현대미술을 구현하고자 했죠."

최근 대구미술관을 찾은 이강소 작가는 자신의 활동 초기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개막한 '곡수지유(曲水之遊)': 실험은 계속된다'는 회화부터 조각, 드로잉, 아카이브까지 반세기에 걸친 그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 큰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회고전 형식의 전시를 했지만, 고향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일 터. 작가는 "좀 더 다양하게, 깐깐하게 작품을 선별했다"며 "지난해 전시에서 보여주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회화 작품들도 고향에서 많이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실험정신'. 대학을 졸업한 뒤 동기들과 신체제(新體制)를 결성하고, 1970년대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 현대미술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특히 1974년 창설한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최초의 현대미술제로, 이후 전국 각지로 현대미술제가 확산하는 출발점이 됐다.

또한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 이른바 '닭 퍼포먼스'는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이 작품도 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작가는 "1975년 파리비엔날레 당시 영상 작품들이 다수 출품됐는데, 다양한 영역으로 미술이 확장되고 있음을 체감했다"며 "이후 한국에 돌아와 현대미술제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전개해나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1977년 발표한 비디오 작업 '페인팅 78-1'은 심지어 컬러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전 회화와 비디오를 결합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매체 확장의 시도였다.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강소 회고전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강소 회고전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강소 회고전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강소 회고전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강소 회고전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강소 회고전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하지만 그는 마냥 서구미술을 좇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다른, 한국만의 현대미술을 찾고자 했다.

"서구의 현대미술은 다소 자기 중심적인 표현이 많지만, 전통적으로 한국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한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그린 그림을 강요하지 않고, 보는 이의 경험과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즉 각자가 보는 대로 그려지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작품이 연못으로, 오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죠."

조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구 조각처럼 덩어리에서 의도적으로 형태를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흙을 허공에 던지거나 아무렇게나 쌓아 조각이 '만들어지는' 작업을 한다. 흙, 불, 바람, 빛 등 자연과 우연이 빚어낸 작품은 그의 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관객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50여 년 간 작업을 해 온 그는 의외로 "나는 수없이 망치는 작가"라고 말했다. 엉망진창 속에서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을 기회로 잡는다는 것. 그는 "잘 망쳤을 때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망쳐야 작업이 된다"며 웃어보였다.

한편 1943년생인 작가는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경상대학교 교수, 미국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객원교수 등을 지냈고 2003년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올 6월 타데우스 로팍 서울점, 9월 파리 마레점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