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화 비중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줄였기 때문이 아니라, 최근 달러 가치 급락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말) 기준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은 56.32%로 집계됐다. 3월 말 57.79%에서 1.47%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1995년 이후 최저치다.
IMF는 다만 고정 환율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달러 비중은 57.67%로, 실제로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달러화 비중 감소분의 92%는 환율 변동으로 설명된다"며 "유로화, 파운드화 등 다른 주요 통화 역시 같은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보유 외화를 달러 기준으로 환산해 IMF에 보고한다. 따라서 보유 규모가 그대로여도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의 비중이 커지는 구조다. IMF는 이번 변화를 두고 "달러 절하가 외환보유액 구조를 왜곡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실제 2분기 달러화는 역사적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 9%, 스위스프랑 대비 11%, 파운드화 대비 6% 각각 하락했다. 달러 가치를 대표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상반기 동안 10% 넘게 떨어져 197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달러화 비중이 줄어든 반면, 유로화 비중은 같은 기간 20.00%에서 21.13%로 1.13%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보유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운드화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달러 가치 급락의 배경에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하면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에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한 점, 지난 7월 초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이 미국 재정적자 확대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달러 약세를 가속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