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의 한 특성화고에서 지난달 1학년 여학생이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은 고인이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학교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JTBC 사건반장은 유족의 주장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유족에 따르면, 숨진 학생 A양은 올해 초 영주의 기숙형 특성화고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가족과 떨어져 생활했다. 처음 몇 달간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지난 6월 A양 어깨에서 화상 자국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양은 당시 "배구하다 다쳤다"고 둘러댔지만, 얼마 후 A양은 동급생 B군의 학교 폭력 사실을 털어놓았다. A양은 당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신고도 했다고 한다.
어깨에 생긴 화상 자국은 B군이 담뱃불로 맨살을 지져 만든 것이었다. B군은 "네 몸에 내 거라는 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결혼까지 할 건데 있어도 되지 않냐"며 강압적으로 '담배빵'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A양의 어깨에 화상 자국이 남았다.
이후 기숙사에서 쫓겨나 모텔에 머물던 B군은 A양에게 메시지를 통해 '한 번 자주면 안 되냐'며 모텔로 부르기도 했다. 학폭위 조사에서 B군은 "A양이 담배빵을 허락했다", "(메시지는)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냥 잠을 자고 싶다고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위원회는 화상 자국과 모텔 출입을 강요한 점을 인정해 B군에게 서면사과, 출석정지 10일, 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6시간을 명령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는 없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A양의 유족은 "가해 학생과 분리 조치가 되지 않아 동선이 겹쳤다. 심지어 점심을 먹는 경우 (A양에게) '나중에 먹어라'(라고 했다)"며 "아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억울해하더라.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2차 가해를 하니까 애가 울면서 '나는 피해자인데 왜 내가 이런걸 당해야해. 왜 이렇게 억울해야 되지'(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학폭위 결과를 전해 들은 A양은 2주 뒤인 지난 8월 25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유족은 딸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친구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친구들은 A양이 B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A양이 이를 유족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양의 친구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B군이 강제로 바지를 벗겼다고 했다"고 유족에게 전했다. 이후 학교 내에서는 "A양이 먼저 벗었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유족 측은 이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은폐하기 급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유족 측은 B군과 학교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학교 측은 조사를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고인의 사망 당일인 지난 8월 25일 오후 9시 위기관리위원회를 연 데 이어, 하루 뒤인 지난 8월 26일 오후 3시에도 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 사건 자체는 인정하지만, 사망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직적 은폐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