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필버 신청해놓고 불참…해제 의결 위해 與 의원들은 출석
與, 필버 신청 정당 본회의 참석 강제화 카드 만지작
진행 시간·종결 기준도 완화?…野, "일당 독재 체제 구축"
더불어민주당이 소수 여당의 마지막 견제 장치로 꼽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제도 개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정당은 정작 본회의장을 비우고, 이를 종결시키려는 정당은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출석해야 하는 현실이 부당하다는 인식에서다.
국회가 대화와 타협이란 정치의 본령을 포기한 채 극한 대립을 벌이며 필리버스터 제도의 취지마저 형해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야당 측에선 민주당이 완벽한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여당 측은 필리버스터 신청 정당 의원들의 본회의 참석을 강제할 수단 등을 반영한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법안 4건의 처리를 위해 나흘간 진행된 필리버스터(이하 필버)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경우 토론자를 제외한 대부분 의원들이 불참한 반면, 민주당은 필버 종결을 위해 24시간마다 본회의에 출석해야 했던 현실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필버 신청 정당에도 부담을 줘 무분별한 남발을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안건에 대해 필버가 진행될 경우 24시간의 시간을 벌 수 있어 앞으로 비쟁점 법안에도 모두 필버를 신청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이를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필버 진행 시간을 줄이거나 종결 표결 기준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제도 개선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다. 필버 본회의 사회와 관련해서도 야당 소속 부의장의 불참을 막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러한 여론 등을 수렴해 추석 연휴 이후 필버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근 "더는 형식적 필리버스터를 남발하는 국민의힘을 방치할 수 없다"며 "빠르게 관련 법을 준비해 직접 대표 발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제도 자체를 변질시키는 법안을 준비하는데, 국회 내 소수 의견에 대한 배려 장치가 사라지고 완벽한 일당 독재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