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대혼란' 감사원 행정정보시스템 감사 결과 "노후장비 관리 취약"

입력 2025-09-29 16:00:00 수정 2025-09-29 18: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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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행정정보시스템 마비 사건 이후 감사 실시
예산 문제로 장비 오래 사용할수록 '내용연수' 덩달아 증가
교체가능한 장비 줄어드는 악순환 반복, 장애발생률 급증
개별부처 장비 우선 교체하고 네트워크 등 공통장비 후순위 밀려
행정안전부 및 기획재정부에 감사결과 통보 및 재발방지책 마련 조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발생 나흘째인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자동검역심사대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발생 나흘째인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자동검역심사대에 'Q-CODE(큐코드) 이용 불가'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자원) 화재로 인해 96개 주요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된 가운데 이번 혼란상이 '예고된 재난'으로 여겨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예산 문제로 노후 장비를 오래 사용하게 되고, 특히 네트워크 등 '공통장비' 교체는 오히려 후순위로 밀리는 취약점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있었던 국가정보통신망 장애로 이틀 동안 18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되는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대국민 행정정보시스템 구축·운영실태' 감사를 실시하고, 지난달 감사 결과를 최종확정해 29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23년 있었던 국가정보통신망 장애는 관제실패 및 대응 지연 등 복합적인 문제를 노출했으나, 노후장비 관리의 취약점이 크게 부각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는 장비 내용연수(장비의 규정상 교체 가능 최소 사용기간)를 현재 사용 중인 장비의 사용기간의 85%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온 걸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예산 문제로 장비를 오래 사용할수록 내용연수 역시 덩달아 증가했으며, 내용연수 미도과로 교체가능 장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불러온 것이다.

2023년 장애 원인이 된 라우터 장비의 내용연수도 2008년 기준 6년이던 것이 2022년에는 9년으로 50% 길어진 상태였다. 이로 인해 일부 장비 품목은 반복적으로 장애가 발생, 내용연수 미도과 시점에 평균 장애발생률이 100%를 초과하는 실정이었다.

개별부처 소관 장비를 우선시하는 관행 역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여겨진다. 국자원은 공통·개별장비 예산을 하나로 편성 후 각 부처 소관 개별장비를 우선 교체하고 남은 예산으로 공통 장비를 교체했다. 장애 발생 시 파급효과가 더 큰 네트워크 등 공통장비가 이른바 '주인 없는 장비'로 인식 돼 교체가 밀리는 문제를 노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용연수가 경과한 개별부처의 장비는 8%가 증가하는 동안 내용연수가 경과한 공통장비는 47% 증가하며 노후화 속도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감사원은 아울러 공공부문의 낮은 사업비 책정으로 우수업체 및 인력유치에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 사업특성을 고려하지 않음으로 인해 만성적 사업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와 관련해 국자원 및 행정안전부에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하는 한편 기준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과기부에, 예산이 수반되는 사항은 기획재정부에 감사결과를 통보하는 등 유관기관이 함께 문제를 해결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