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재 지음/ 샘문 펴냄
정신과 의사이자 소설가인 권영재가 잇달아 두 권의 신작 소설집을 선보였다.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가 내렸네'와 '악인과 담장 위 그녀와의 사랑'은 불과 일주일 차이로 출간돼 마치 한 쌍의 연작처럼 독자 앞에 놓였다.
두 책은 공통적으로 인간 내면의 그림자와 상처,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환상과 사랑의 서사를 탐구한다.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가 내렸네'는 22편의 단편과 엽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짧지만 강렬한 서사 속에서 저자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이 남기는 흔적을 포착한다. 이 책은 한 도시의 풍경을 넘어 비와 시간의 이미지로 인간 삶의 덧없음과 지속성을 동시에 담아낸다.
반면 '악인과 담장 위 그녀와의 사랑'은 보다 환상적이고 상징적인 서사에 무게를 둔다. 수록 작품들은 현실과 망상의 경계를 오가며 내면의 분열과 욕망, 치유되지 않은 고통을 다룬다. 저자가 오랫동안 진료실에서 마주해온 인간 심리의 어둠이 문학적 서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두 소설집은 각각 다른 결을 지니면서도 '내면의 고통을 문학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라는 큰 축으로 맞닿아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쌓아온 경험이 인물들의 심리와 서사에 깊숙이 스며 있으며, 특히 환상과 현실을 교차시키는 방식은 저자의 문학적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1만3천원, 254쪽/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