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감사 앞두고 각종 파일 삭제 지시 의혹
"혹시 모를 포렌식에 대비해 삭제하라"는 문구도
경영평가를 앞두고 데이터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보안감사 직전에도 조직적으로 내부자료 삭제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기관의 감사행위가 '허례허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확보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보안감사 대비'라는 명목으로 전자기기 초기화, 이메일·업무 파일 삭제, 대체 저장장치 사용 등을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공단 정보시스템 통합유지관리 사업관리팀은 지난 8월 5일 사내 메신저를 통해 전 직원에게 보안점검표 작성과 점검작업을 요구하면서 ▷VSS(그림자 복사본) 삭제 ▷우회정보통신망 기록 삭제 ▷웹브라우저 기록 삭제 ▷휴대용 저장매체 보안 관리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특히 점검작업 세부사항에는 '혹시 모를 포렌식에 대비해 삭제할 것', '장비 반입 접속 이력 삭제'라는 표현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업관리팀은 내부 감사를 앞두고 있었다.
공단은 국정원의 보안점검을 앞두고도 기록 및 자료삭제를 지시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공단은 기획재정부 경영평가 대상으로 '국가정보원법'에 근거해 매년 국가정보원의 보안감사를 받아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공단 소속 도급업체 관계자 A씨는 "지난 3월 국정원 보안점검 전에도 도급업체 전 직원에게 불시 점검내역을 사전에 알려주며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마찬가지로 기록 및 자료삭제를 지시했다"며 "그동안 각종 감사 행위가 보여주기식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번 사안에서 보안 점검을 회피하려 한 정황은 공공기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며 "공단이 스스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만큼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정원 역시 사실 확인과 보고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