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청소년의 정체성 다룬 영화 '전학생'
경북지역 현실과 맞닿은 주제로 공감대 형성… 시상금 400만원 수여
경북 예천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해 제작한 영화 '전학생'이 '제7회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학생부 작품상을 차지했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열렸고 청소년부터 일반 시민, 전문 영화인까지 다양한 출품작이 경합을 벌였다. 학생부 작품상은 학생들이 만든 영화 중 가장 우수한 작품에 주는 상으로 예천여중 학생들은 상패와 함께 시상금 400만원을 받았다.
영화 전학생은 다문화 청소년이 자신의 뿌리를 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낸 작품이다. 청소년 시기에 누구나 가지는 불안과 소외, 감추고 싶은 모습들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상영회에서 영화는 다문화 가정뿐 아니라 모든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작품 속 주인공 '나연'은 혼혈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숨기며 평범하게 지내려 한다. 하지만 내면에는 늘 불안과 소외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이 몽골 혼혈임을 당당히 밝히는 전학생 '수영'이 등장하면서 나연은 혼란에 빠진다. 이야기는 두 소녀의 갈등과 성장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차별과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용기를 전한다.
제작에 참여한 예천여중 학생들은 "이 작품은 우리 친구들이 서로 다른 모습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영화제에서의 성과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경북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사회 구조 변화가 심화되고 있고 동시에 다문화 가정의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교육 현장과 행정 현장에서 다문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바라보고 작품으로 표현한 것은 지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준다.

상영회에 참가한 한 영화 감독은 "청소년들이 사회적 이슈를 자기 시선으로 풀어낸 시도 자체가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영화 전학생은 이번 성과에 그치지 않고 전북 완주군에서 열리는 '아동권리영화제'에도 출품돼 본선에 진출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수업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영화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며 "다른 무대에서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천여중은 이번 수상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회 참여 의식을 동시에 확인했다. 스마트폰이라는 친근한 매체를 활용해 영화 제작 전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촬영, 연기, 편집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협업의 가치를 배웠다. 이는 단순한 영화 제작 활동을 넘어, 민주적 토론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적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제갈순옥 예천여중 교장은 "학생들이 자기 눈높이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