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27일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5년 전 이런 날을 예감했다"면서도 서글프다는 마음을 전했다.
임 지검장은 지난 2020년 11월 26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검에서 근무할 당시 쓴 글을 소개했다.
당시 그는 "검찰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권한을 움켜쥐고 사회 주동 세력인 체하던 시대는 저물어야 한다"며 "검찰의 시대는 결국 저물 것이고 우리 사회는 또다시 나아갈 것이다. 그게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역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 검찰이 감당하지 못하는 권한을 흔쾌히 내려놓고 있어야 할 자리로 물러서는 뒷모습이 '일몰의 장엄함'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었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릇에 넘치는 권한이라 감당치 못하니 넘치기 마련이고, 부끄러움을 알고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것"이라며 "검찰 구성원이라 속상하지만, 의연하게 일몰을 맞으며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에 쓴 이 글에 대해 임 지검장은 "'윤석열 총장과 함께 우리 검찰이 몰락하겠구나'를 예감하고 제 담벼락에 올렸던 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아침 피고인 윤석열의 법정 모습을 뉴스로 접하고, 어제저녁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뉴스를 접하고 보니 5년 전 이런 날을 예감했으면서도 20년 넘게 검찰에 몸담은 사람으로의 서글픔이 없을 수 없어 마음에 격랑이 일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윤석열이 여전한 것처럼 그를 대통령으로 옹립하고 옹위했던 검찰 역시 통렬한 반성과 변화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민심의 성난 물결에 부서지고 더욱 쪼개질 테니 가롯 유다가 그러했듯 그가 시대의 악역을 감당한 게 아닐까 싶어 역사의 순리에 모골이 송연해지고 검찰 구성원이자 후배로 안타까운 마음도 어쩌지 못한다"고 했다.
임 지검장은 "때가 이르러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들었지만,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지요. 우리가 맞이할 내일이 오늘보다 훨씬 나을 수 있도록 더욱 궁리하고 분투해 보겠다
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