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표준화 전략 vs 소비자 기대치 충돌
'모든 매장 같은 맛' 위한 표준화의 이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순살 메뉴의 중량을 줄이고 가격을 유지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여론은 이를 '꼼수 인상'으로 규정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국내 모든 대형 프랜차이즈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딜레마, 바로 '표준화(Standardization)'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교촌의 선택은 단순히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이었을까, 아니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혁신의 과정이었을까.
◆ 왜 프랜차이즈는 어디서나 맛이 같아야 할까?
우리가 프랜차이즈를 찾는 이유는 '어느 매장을 가도 변치 않는 익숙한 맛'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이 '예측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고객 충성도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레시피, 원재료 규격, 조리 매뉴얼까지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표준화'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메뉴가 수십 가지로 늘고 각 조리법이 제각각이라면 어떻게 될까? 전국 수천 개 가맹점의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숙련된 조리사와 신입 조리사가 만든 치킨 맛이 달라지고, 이는 곧 '오늘 먹은 교촌은 맛이 없네'라는 고객 불만으로 이어진다.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복잡성'과 '비일관성'은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다.
◆ 교촌은 왜 순살 메뉴를 일원화 했나?
이러한 맥락에서 교촌의 이번 리뉴얼은 '복잡성과의 전쟁'을 선포한 대대적인 표준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조리 과정에서 부스러기가 많이 발생하던 100% 닭다리살의 품질 문제를 개선하고, 특히 조리법이 완전히 다른 두 메뉴를 한 번에 만들어야 하는 '레허(레드 허니) 반반'의 까다로움과 이때 버려져야만 했던 반죽 등 상당수 가맹점주들이 겪는 운영상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를 위해 교촌은 수많은 순살 메뉴 중 가장 높은 고객 선호도와 안정적인 생산 품질을 자랑하는 '허니순살'을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 즉 절대 기준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 기준에 맞춰 중량(500g), 원육 구성(다리살+안심 혼합), 조리 방식(텀블링)까지 모든 순살 메뉴를 일원화하는 과감한 수술을 감행했다.
이는 가맹점의 조리 난이도를 낮춰 서비스 속도와 품질 안정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어느 매장에서 주문해도 예측 가능한 '바로 그 교촌의 맛'을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 줄어든 양만큼 이익이 늘었을까? 숨겨진 비용들
많은 소비자는 '원재료 200g이 줄었으니, 그 비용만큼 기업이 이익을 더 챙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중량 감소가 곧장 기업의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숨겨진 비용과 구조 개선 효과에 있다.
첫째, 새로운 투자 비용이 발생했다. 교촌은 이번 표준화를 위해 기존 소스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모든 순살 메뉴에 어울리는 '순살 전용 소스'를 새로 개발했다. 또한, 소스를 붓으로 바르던 방식에서 버무리는 방식(텀블링)으로 공정을 바꾸면서 이에 맞는 조리법 R&D와 교육에도 비용이 투입됐다. 이는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닌, 품질 유지를 위한 추가 투자에 해당한다.
둘째, '이익 창출'이 아닌 '손실 방지'의 목적이 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레허 반반' 메뉴 조리 시 발생하던 '버려지는 반죽' 문제다. 이전에는 반 마리 분량의 레드순살을 만들기 위해 한 마리 분량의 반죽을 뜯어 쓰고, 나머지는 그대로 폐기해야 했다. 이는 매일 반복되는 심각한 재료 낭비이자 가맹점의 숨은 비용이었다. 이번 표준화는 이러한 고질적인 비효율을 제거해 새는 돈을 막는 것에 더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새로운 이익을 더하기보다 기존의 손실을 줄이는 구조 개선 작업이었던 셈이다.
◆ 소비자들은 왜 화가 났을까?
문제는 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표준화 과정이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충돌했다는 점이다. 교촌이 표준 모델로 삼은 '허니순살'의 규격(500g, 혼합육)은, 기존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간장·레드순살(700g, 100% 닭다리살)을 즐기던 고객들의 기대치와는 차이가 있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운영 효율성'과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적인 목표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는 '양이 줄고 선호 부위가 바뀌는' 변화로 체감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이 변화에 대한 사전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 맞물리면서,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소비자의 눈에는 일방적인 손해로 비치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효율성'이라는 내부 목표를 추구할 때, 그것이 소비자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기적인 이익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설득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