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핀카 코레아나', 리튬 확보 위한 백년대계
MB 정부의 자원외교, 미래를 내다본 정책
전문가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대박날 수도"
전 세계가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 자원 수요가 2020년 대비 4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2차 전지 필수 광물인 리튬은 40배, 코발트·니켈은 25배, 희토류는 7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각국이 자원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세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만,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투자액은 2011년 70억 달러(약 8조4천917억원)에서 2020년 7억 달러(약 8천492억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이 시점에 박정희,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자원외교에 대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놀랍기만 하다.

◆45년 전, 칠레 리튬 광산 매입
박정희 정권 당시 우리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섰다. 보건사회부는 칠레의 한 대규모 농장을 사들였다. 당시 이 사실을 알았던 이들은 '농사도 짓지 않을 거면서, 왜 그 땅을 사냐'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칠레에 파견된 공무원은 이 농장의 물 색깔을 보고, 이 일대에 리튬 광물이 매장되어 있을 수 있음을 감지했다. 여의도보다 훨씬 큰 크기의 땅을 매입하면서, 이후 광산이 발견되더라도 누구라도 땅을 강제로 수용할 수 없는 조항까지 담아서 계약했다.
중국은 최근 칠레의 리튬 광산 개발에 나섰는데, 이 땅이 한국 정부 소유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어떻게 45년 전에 땅을 샀다는 사실에 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핀카 코레아나'(한국 농장)라고 불리는 이 땅은 박정희 시대에 백년대계를 내다본 결정으로 현 시점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리튬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땅이 본격적으로 개발된다면, 그 땅의 가치는 수천배, 수만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개발 독재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자원 발굴에 눈을 떴다는 사실만으로도 잘한 결정으로 봐야 한다. '핀카 코레아나'는 언제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명과 암'
이명박(MB)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자원외교'를 앞세워 해외 자원개발을 본격화했다.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등이 이때 투자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석유 또는 광물 등 확보를 위해 약 40조 규모를 해외 자원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낸 사례보다는 국회에서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 특위)가 구성될 정도로 야당 반발이 거셌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자원외교의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 사업"이라며 "현재의 수익률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자원외교 그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당시 야당의 공세에 맞섰다.
MB 정부는 '자원외교'를 정부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 만큼, 향후 미래의 자원전쟁에서 한발 앞서 간 것 만큼은 자명없다. 당시 역대 정부 35년 동안(1977년~2012년) 해외 자원개발에 총 투자한 금액은 29조8천500억이었다. 이중 MB 정부 5년 동안 투자한 금액이 26조628억원으로 전체의 87%에 달했다.
당시 야당과 일부 언론은 공기업 3사(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와 더불어 포스코그룹이 자원외교를 포함한 해외자금 유출의 몸통이고, 내부 고발자의 증언에 의하면 그 액수만 최소 10조 원, 최대 50조 원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자원외교
전기차 실용화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수요량이 높아짐에 따라 이 제품들의 배터리 주 재료인 리튬이나 코발트, 팔라듐 등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2018년 8월 포스코는 3천100억원을 들여 리튬호수 채굴권을 인수했다.
MB 정부에서 투자한 리튬 광산 개발권은 채산성이 없다던 것과 다르게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80%를 갖고 있다. 볼리비아 건은 계약 체결 후 1년 이내 출자금 납입을 내지 못해 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볼리비아 측은 중국과 바로 협약을 맺고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내륙국인 몽골의 광산 개발에 대해 운송수단이 마땅치 않아, 백지화했다. 하지만 몽골은 우리 나라의 주요 수입 광물자원인 형석의 세계 제3대 생산국(2009년)이자, 한국이 수입하는 수입하는 몰리브덴의 25.8%를 수출하는 국가이다.
산업 관련 전문가들은 "자원외교는 전형적인 원자재 수출입국인 대한민국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었고, 역대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던 사업"이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 세계 자원전쟁에서 한국이 뒤처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