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라호텔이 오는 11월 초에 예정됐던 예식 일정을 국가 행사를 이유로 일부 고객에게 일정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연합뉴스TV 등에 따르면 호텔신라 측은 최근 일부 예약자에게 "11월 초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예약 변경 안내를 드리고 있다"라며 예식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호텔 측은 국가 행사로 인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조치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번 APEC 정상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방한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시 주석과 전화 통화 후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국가 행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혼식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일정이 취소되면서, 예비부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예식 일정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청첩장 모임은 물론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이른바 '스드메' 예약과 신혼여행까지 예비부부의 모든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와 관련해 호텔 측은 "고객들과 개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힘없는 국민은 정부가 한마디 하면 잡아뒀던 예식장도 정부에 헌납해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호텔을 압박해 1년 전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시키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제 행사가 아무리 중해도, 국민의 행복과 권리를 침범할 순 없다"면서 "이게 독재다. 즉시 국민께 사과하고 바로 잡아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