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자동차부품산업, 대미 관세 충격파…정부·지자체 해법 찾을 때

입력 2025-09-21 15: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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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세 격차 10%p…정부·지자체 조속한 대응 요구

15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16일부터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관세 15%가 적용되지만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가 유지된다. 연합뉴스
15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16일부터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관세 15%가 적용되지만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가 유지된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의 주력 수출 업종인 자동차부품 산업이 미국발 관세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늘려 돌파구를 모색하는 사이, 국내 부품업체들은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조속히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 마련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악재 겹친 현대차 구상은 '현지 조달'

현대자동차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향후 경영 비전을 발표했다. 이 행사는 2019년 시작된 현대차의 투자자 행사로, 해외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최근 이어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악재에도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판매량의 60%를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판매량 414만대 중 친환경차 비중은 24%였으나,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차종을 현재 8종에서 18종으로 확대해 2배 이상 늘린다는 것이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팰리세이드에 이어 내년부터는 제네시스 브랜드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해외 맞춤형 전략도 강화한다. 유럽 시장에는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를, 중국에는 준중형 전기 SUV '일렉시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부품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에는 국내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구경북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 시장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준공한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생산 능력을 현재 연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지만, 이는 곧 한국 부품업체들의 납품 기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앨라배마 공장과 현대차 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현지 공급망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날로 커지는 관세 부담에 지역 '휘청'

업계의 고민은 관세 문제로 집약된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한미 무역협상에서 일본과 동일하게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으나,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25%를 부담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16일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해 한국과 일본의 양국 간 관세 격차가 10%p(포인트)로 벌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차보다 유리했던 한국차가 오히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부담하는 관세 비용은 한 달에 약 7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에는 관세 여파만으로 1조6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하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GM 역시 연 생산량 50만대 중 90%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여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GM은 올해 한국 사업장에서만 약 2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구 지역의 피해는 더욱 직접적이다. 대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대미 수출액은 20억7천800만달러(약 2조8천억원)로 전체 수출의 23.4%를 차지했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의 83.5%가 미국으로 향할 만큼 의존도가 높아 관세 격차 장기화는 곧 지역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인 변화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부품으로 대체가 이뤄져 국내 수출 감소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수출이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부품 수요 자체가 축소되고, 완성차 업체가 비용 상승분을 만회하기 위해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을 강화할 경우 지역 부품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관세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충격인 만큼 판을 바꾸기보다는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협상 노력과 함께 지자체도 수출기업 금융 지원, 해외 네트워크 확충 같은 단기 대책과 수출 다변화·부품 기술 고도화 같은 중장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