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제작 의도를 알면 더 깊고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들에게 출품작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 지구'의 품 안에
일상 속 따뜻하고 고요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영상이 전시장을 채웠다. 특별전의 주인공인 일본 작가 가와우치 린코는 삶의 순환과 기억, 시간의 흐름 등을 부드럽고 사색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시의 키워드는 'M·E.'. 'Mother Earth(어머니 지구)'라는 뜻. 그가 2019년 아이슬란드를 방문했을 때 화산 분화구 아래에서 경험한, 지구에 감싸인 태아가 된 듯한 신비로운 감각에서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비록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것을 더 깊이 탐구하려던 계획은 미뤄졌으나, 그 시기 느려진 듯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는 일상의 사소한 행동과 순간 등에 집중하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수많은 싸움과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슬프다. 우리는 모두 이 행성 위에서 한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지역이나 국가가 아닌 대지의 어머니, 지구임을 떠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난 자연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2전시실에 들어서면 높이 4m 가량의 벽면을 채운 대형 작품이 눈에 띈다. 브라질 작가 카이오 라이제비츠는 도시 개발과 자연 풍경 간의 변화하는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는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브라질 대표로 참여한 바 있는, 브라질에서 주목 받는 현대 사진 작가 중 한 명이다. 수년 간 파리와 시드니, 콜롬비아 등에서 사진 콜라주 형식의 작업을 해왔으며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49개의 이미지 조각을 가져와 현장에서 직접 붙여 작품을 제작했다.
작품은 상파울루 주변의 건축 유산과 위협받는 숲을 기록하며, 브라질의 급격한 경제 성장과 그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성찰한다.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끼는 오랜 세월 다양한 생명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조용히 연결해온 존재다. 살아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라며 "인류세의 여파 속에서 나의 작업은 인간과 다른 생명 형태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가시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