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입장에서 보자. 현재 이재명 대통령은 5개 재판의 피고인이다. 지금은 대통령 권력이 강하니 정지됐지만 퇴임 후든 임기 중이든 재판은 언젠가 재개된다.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사법리스크 문제를 매듭짓고 싶을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설령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실형 선고 가능성은 낮다. 특히 공직선거법 재판의 경우 지금은 당선무효가 될 중대한 사안이지만 퇴임 대통령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퇴임 대통령이 피선거권 박탈에 목맬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장동·백현동 비리, 대북송금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 선고를 피할 수 없고 재판을 그대로 두면 퇴임 뒤 안전보장도 요원해진다.
그들의 지연 전술 덕분에 이 사건들은 아직 1심에 머물러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그들 입장에선 매력적인 제도다. 그러나 검사들이 이런 불법적인 지시를 순순히 따를 리 없고 직권남용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이 공소청 출범 이후 권력으로 통제 가능한 환경이 마련됐을 때 공소 취소를 추진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소 취소가 불러올 역풍을 우려할 것이기에 그들은 보다 '깨끗한 길'을 찾을 것이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길 말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검사 인사권은 쥐고 있어도 개별 판사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법관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핵심 열쇠가 된다. 협조적인 대법원장을 확보해야만 재판 재개 뒤 무죄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여권과 대통령실의 공세를 이해할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7년 6월까지다. 대통령 권력이 강한 지금이야말로 사법 리스크를 정리하기에 최적의 시기인데 '소통 불능'으로 여겨지는 조 대법원장은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포섭 시도가 실패하자 결국 제거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이 임기를 지킨다면 후임은 2027년 하반기, 즉 정권 중간평가인 총선을 앞두고 임명된다. 차기 대권을 노릴 김민석 국무총리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은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무리한 '셀프 무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총선을 앞둔 여권 내부의 반발부터 직면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조 대법원장이 근거 없는 사퇴 압박에 굴복할 가능성은 낮다. 상당수가 "그럴 인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여권은 결국 대법원장 탄핵까지 추진할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곧 이재명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독재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신분은 사법 리스크를 막아주는 든든한 갑옷이지만 그 유효기간은 정해져 있다. 당장은 이 최고의 방탄복이 든든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초조감은 커진다. 생존 욕구는 더 강해질 것이다. 만약 그들이 생존을 위해 '권력 남용'을 선택한다면 그 결말은 꽤 뻔하다. 자멸뿐이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