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아이, 미국 대학 보내는 방법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5-09-16 14: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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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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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터넷을 하다 1965년에 16세의 나이로 작은 배에 반려묘를 태운 채 5년 동안 세계일주를 했던 '로빈'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봤다. 지구를 무려 1.5바퀴나 항해했던 그의 모험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연재되다가 출판으로 이어졌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직업병 중증'인 나는 속으로 "이 스토리라면 하버드는 프리패스였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미국 대학은 서사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서사 자체보다도 그 서사의 배경에 호기심을 가진다고 보는 게 맞다. "로빈은 왜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감행했을까?" "그 작은 배를 망망대해에 띄우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왜 하필이면 고양이를 데려간 걸까?"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등을 넘어 온갖 역경을 마주하며 쌓였을 그의 철학에 관심있을 뿐이다. 애초 내신과 미국식 수능 점수따윈 관심 밖이다.

작년 초에 내가 운영하는 유학원으로 찾아온 한 학생의 모친은 상담 시작부터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 이제 입시에 막 돌입한 시기의 아이 스펙을 종합해 봤을 때 명문대는 고사하고 로컬 컬리지조차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학생의 취미나 특기 등을 물어봤는데 그는 한숨을 쉬면서 "공부는 안 하고 밤새도록 차고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처음엔 작은 장난감 자동차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 그 학생이 실제 올드카 부품을 외국 웹사이트에서 구매해 '진짜 자동차'를 만든 뒤 되파는 일을 오랫동안 해와서였다. 전세계 각지에서 오랫동안 먼지 쌓인 고물이 이 학생에겐 보물이었다. 부모 애간장이 타는 동안 이 학생이 만든 차는 한국 구석구석을 누볐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무릎을 탁 쳤고 이는 곧 대학 지원 에세이로 이어져 카네기멜론 공대 입학 에세이가 됐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학생이나 학부모와 상담할 때 이 예시를 들려주면 지금이라도 스토리를 만들어야겠다고 한다. 어차피 지금부터 노력해도 평생 공부만 하고 살았던 다른 아이를 따라잡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난 언제나 대입 에세이 상담 때 다소 과장이 들어가더라도 지금까지 삶 속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것거리를 찾아보라고 추천한다. 과거를 낱낱이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다. 다만 명문대라는 목적 하나 때문에 순항하던 항해가 멈춘 것뿐이다.

세상에 기여할 사람을 선발해 교육시키는 게 대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다. 사람의 성향에 대한 판단은 이수한 과목이나 성적으로는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걸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갑자기 아이에게 돛단배 한 척을 사주고 세계일주를 가라고 할까 봐 말이다.

김나연 HMA유학원 대표

김나연 HMA유학원 대표
김나연 HMA유학원 대표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