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 피살' 비하글에 잇단 해고
조롱에 '무관용' 예고한 우파진영
극단으로 모는 SNS 알고리즘 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피살 이후 미국 국론이 쪼개지고 있다. 그의 죽음과 관련한 각종 의견과 주장, 조롱 등이 온라인 공간에 부유하면서 이를 제지하려는 세력과 그에 맞서는 이들 사이의 마찰음이 증폭된 탓이다. 정치 이념 맞춤형 콘텐츠 제공자가 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커크 죽음 조롱하면 해고
찰리 커크 피살에 대한 비하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집계에 따르면 최소 15명이 온라인 공간에서 커크의 피살 관련 의견을 올린 뒤 해고되거나 정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직자와 우파 인사들은 커크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혐오 발언'으로 규정했다. 발언자 색출은 물론 직장에서의 해고 등 보복 조치까지 예고한 상태다.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커크의 사망 이후 며칠 만에 교사, 공무원, TV 패널 등이 해고되거나 징계를 받았으며 추가 해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MSNBC 정치평론가 매슈 다우드는 지난 10일 방송에서 "그런 끔찍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없다"며 커크의 죽음이 '자업자득'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곧바로 해고된 바 있다.
민간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는 발언을 한 파일럿들을 비행에서 제외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그들은 반드시 해고돼야 한다"고 썼다. 심지어 국방부는 지난 11일 군인들이 커크의 죽음을 경시하거나 축하하는 게시물 혹은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는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발표했다.
극단적 대처는 진보 진영에서도 보인다. 커크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이들을 비난하는 데 스스럼없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배우 크리스틴 체노웨스는 인스타그램에 커크의 죽음을 두고 "너무 슬프다. 늘 동의했던 건 아니지만 어떤 관점들은 인정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가 팬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했었다.

◆SNS 알고리즘의 폐단인가
커크 피살 사건에 극단적인 좌우 양극화와 이를 부추기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NBC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특히 젊은 층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난 5∼6년간 발생한 모든 암살과 암살 시도 사건에 소셜미디어가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암'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라며 "이 알고리즘이 얼마나 악독한지 깨닫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랭크퍼드 상원의원(오클라호마)도 CBS 방송에 출연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극단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의 모든 알고리즘은 항상 가장 분노한 사람, 가장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 가장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을 올려준다"며 "그런 내용이 수도 없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래서 설득력 있는 담론이나 의견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 사람들이 이성적인 대화를 할 때마다 그런 내용은 옆으로 밀려나고 오직 분노에 차고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 쪽으로 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