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이 이름 짓고 현판 쓴 상주 흥암서원, 국가지정문화유산 된다

입력 2025-09-14 06: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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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영남지역 노론계 서원…사적 지정 예고로 역사·건축·정치사적 가치 인정

상주 흥암서원 전경. 상주시 제공
상주 흥암서원 전경. 상주시 제공

조선 숙종이 직접 이름을 짓고 현판까지 하사한 경북 상주의 흥암서원이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14일 상주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상주시 연원동에 위치한 '흥암서원(興巖書院)'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상북도 기념물로 등록돼 있는 흥암서원은 지정 예고가 마무리되면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격상된다.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영남지역에 건립된 대표적인 서인 노론계 서원으로, 이이-김장생-송준길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의 맥을 잇는 인물인 송준길(1606~1672)을 제향하는 서원이다.

송준길은 송시열과 함께 서인 노론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으며, 정치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1702년 창건된 흥암서원은 1705년 숙종에게서 '흥암(興巖)'이라는 사액(賜額)을 받았으며, 이후 1762년 현 위치로 이전됐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속에서도 살아남은 전국 47개의 사액서원 중 하나로,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상주와의 특별한 연고도 주목할 만하다. 송준길은 상주 출신 학자 우복 정경세의 사위로, 약 10년간 상주에서 거주하며 지역 유림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이러한 지역적 연관성과 당시 집권세력인 서인 노론의 후원이 맞물리면서 상주에 제향되는 독특한 정치적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건축적으로도 흥암서원은 기호학파와 영남학파 서원의 양식을 절충한 배치가 특징이다.

전면에는 강학 공간인 진수당(進修堂), 후면에는 제향 공간인 흥암사(興巖祠)가 위치하고, 강당 뒤로는 동재·서재가 배치되어 있어 기호학파 서원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른다. 이는 강당 앞에 동·서재가 위치하는 일반적인 영남 서원과는 대조적이다.

상주 흥암서원은 1716년 숙종이 직접 쓴 해서체의
상주 흥암서원은 1716년 숙종이 직접 쓴 해서체의 '흥암서원' 어필(御筆) 현판이 함께 걸려 있다.

흥암사에는 숙종이 1705년에 하사한 '흥암사(興巖祠)' 현판과, 1716년 숙종이 직접 쓴 해서체의 '흥암서원' 어필(御筆) 현판이 함께 걸려 있어, 당시 왕권의 후원이 얼마나 직접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특이한 구조물로는 서원의 정문인 하반청(下班廳)이 있다. 이는 서원 내에서도 동·서재보다 낮은 계층의 원생이 거처하던 공간으로, 다른 서원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흥암서원은 역사적, 정치적, 학술적, 건축사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국가지정문화유산 지정 예고를 계기로 지역의 자긍심을 높이고, 후속 문화관광 자원으로 연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