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에 다 맡기는 건 문제고 환경부에 다 맡기는 건 괜찮나

입력 2025-09-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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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의 검찰 개혁과 관련해 "경찰에 다 맡기는 건 괜찮냐"며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면서 수사 기능을 경찰에 집중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모순(矛盾)을 드러낸 곳은 검찰-경찰 조직뿐만이 아니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개편 대상 부처 및 산하 공기업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안대로 할 경우 당장 행정안전부부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수청까지 3대 수사기관을 모두 관할하는 '공룡 부처'가 된다. 또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다. 현재 산업부가 맡고 있는 원전·재생에너지·전력 등 에너지 관련 정책 상당 부분이 환경부로 이관된다. 산업부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化石燃料) 관련 정책만 남게 된다. 사실상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에너지 관련 정책을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원전 업무만 놓고 봐도 그렇다. 원전 건설과 운영은 환경부, 원전 수출은 산업부로 나뉘게 된다. 원전 관할 부처가 이원화되면서 원전 건설과 수출 등 사업에 혼선이 불가피하다. 겨우 불씨를 되살린 원전 사업이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이미 그 조짐(兆朕)이 보인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확정돼 있는 원자력발전소 2기 등 신규 건설에 대해 사실상 재검토를 시사했다. 조직 개편 후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맡게 되면 어떨지 안 봐도 뻔하다.

"경찰에 다 맡기는 건 괜찮냐"는 대통령께 묻고 싶다. 환경부에 다 맡기는 건 괜찮은지. 대통령실은 10일 검찰 개혁 후속 논의와 관련해 "세부적 내용에 대해 정치적 논쟁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며 정부 주도의 입법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른 조직 개편도 마찬가지가 돼야 한다. 이달 말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전에 정부 주도로 전문가, 해당 조직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권한 집중 등 쟁점(爭點)을 파악, 조정하고 혼란·혼선이 우려되는 문제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