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관련해 "비상계엄은 정치를 없애고 군인을 동원해 다스리겠다는 것인데 그것을 용인하느냐. 그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전원일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법률가의 길 : 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며 "2025년에 국민들이 과연 (비상계엄을) 용납할까. 용납하지 못하면 재판관도 용납하지 못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강연은 문 전 대행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갖는 공개 강연이다. 이날 문 전 대행은 판사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며 겪었던 다향한 경험과 사례 등을 공유했다.
문 전 대행은 잘의응답 과정에서 탄핵심판 당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인 4월 4일 "관사에 있었는데,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길에 불상사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탄핵심판 결정문을 일부러 쉽게 쓴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차례 평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문장이 제대로 됐을 것"이라며 "두 번째로는 쉽게 써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이 사건 국민은 피해자이지 않냐. 그러다 보니 피해자가 공감하게끔 쓰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본 결정문 중에 이것보다 공들여서 한 것은 없었다"며 "6년 동안 하면서 이것보다 많이 고친 것은 없다. 초안에 '더불어'가 있는데, 이것이 특정 정당을 연상하게 해서 '또한'으로 바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행은 여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사법개혁에 대해 "헌법이 사법부에 부여한 권한을 존중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개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개혁의 지향점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돼야 하며, 대법관 증원은 이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한국 대법원이 법률심에 그치지 않고 사실인정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점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