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 상승률 19.62%
지난달 세제 개편안 발표 기점으로 상승세 둔화
시장 전문가 "강력한 정책 추진, 제도 개선 필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체 국면의 국내 주가가 상승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이 여럿 남아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특히 오랜 제자리걸음에 실망한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주식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주식시장 성장을 위해 세제 지원과 같은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랠리 주춤…들쭉날쭉 증시
10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54.48포인트(1.67%) 오른 3,314.53으로 장 마감하며 종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 대통령 임기 개시일인 지난 6월 4일 2,770.84에서 이날 3,314.53으로 19.62%(543.69p) 상승했다. 코스피는 이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데 따라 취임 첫날부터 전 거래일 대비 2%대 상승을 기록하며 출발했다.
'허니문 랠리'가 이어지며 훈풍을 타던 지수는 지난달부터 미국 관세정책과 기준금리 전망 등 대내외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박스권 장세를 보이던 상태였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 발표된 세제 개편안 영향으로 전장 대비 3.88% 급락하기도 했다.
세제 개편안 발표를 기점으로 나눠보면 코스피 상승률은 지난 6월 4일~7월 말 17.12%에서 7월 말~이날 2.12%로 둔화됐다. 세제 개편안 내용이 투자자 불안을 유발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7월 31일 ▷법인세 최고세율 24%에서 25%로 인상 ▷대주주 기준 하향을 통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 등을 포함한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이 중 양도소득세 조정안은 대주주 요건인 종목당 주식 보유금액 기준을 기존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이다.
이 방안은 대주주에 해당하는 투자자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마다 보유 물량을 대거 정리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주주 기준을 낮춰 대상자가 늘어나면 장세 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개인 투자자 반발을 샀다.
이날 코스피가 급등한 이유도 이 대통령이 양도세 기준 10억원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중 코스피가 3,400선을 돌파하는 등 추가 랠리 여력은 제한될 것이다"며 "아직 미국 관세와 기업 실적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탈하는 개미들, 귀환은 언제
한동안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는 흐름도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금액은 지난 9일 기준 2천187억 달러(한화 약 303조5천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천639억 달러)보다 548억 달러(33.4%) 급증한 것이다.
올해 미국주식 매수금액은 2천93억 달러로, 국내 투자자가 매수한 해외주식의 95.7%를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매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천574억 달러에서 519억 달러(33.0%)나 늘어났다.
증권가에선 오는 16~1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세제 개편안 조정 기대감이 높아진 점도 투자심리를 북돋는 분위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대주주 기준 조정과 관련해 "현재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11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물어보면 관련 답변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국내증시의 추가 상승 혹은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기반으로 한 경기 모멘텀(상승 동력) 강화와 산업 경쟁력 회복, 우호적인 대외 여건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일관성 있고 강력한 정책 추진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하며,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 가시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