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서문시장 내 무허가 구조물 수년째 방치
새 구조물 들인 노점상…상인회 반발에 구청도 제지
전문가 "구조물 소재, 화재 위험 오히려 키워"
서문시장 노점상들이 시장으로 들어서는 주요 골목에 무허가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이곳 상인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단속 책임이 있는 중구청이 노점상에 조건부 허용 의사를 밝혔다가 구조물 설치 이후 상인 반발에 뒤늦게 제재 절차를 밟는 등 '오락가락 행정' 탓에 갈등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오전 찾은 서문시장. 관광안내센터와 서문시장 2지구 사이 골목에는 방금 만든 듯한 구조물이 늘어져 있었다. 용접된 철제 기둥에 샌드위치 패널을 붙여 창고와 어닝 등을 만든 형태의 구조물은 일종의 점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중구청과 서문시장상가연합회 등에 따르면 노점상들은 지난달 말부터 구조물을 짓기 시작해 지난 3일 밤 공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노점상들은 이번 구조물 설치가 영업 상 편의 목적이 아니라 화재 위험에 따른 환경 개선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노점상은 "등지고 있는 주차타워 쪽에서 담배꽁초나 담뱃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든다"며 "남아있는 불씨에 옷감이 훼손되거나, 심지어는 불이 붙는 경우도 생긴다"고 주장했다.
상인회는 노점상들의 구조물 설치가 시장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기존 상인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2지구 상인회는 지난 4일 총회를 열어 중구청에 구조물 철거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2지구 상인회 관계자는 "노점상들이 구조물을 짓기 시작하면 거의 점포와 다르지 않을 수준까지 증축해나가는데, 그러면 상가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가건물들 때문에 상가 출입구 주변도 복잡해진다. 불법행위를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구청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해당 구조물이 오히려 화재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적절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고 지적한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외견상 해당 구조물에 사용된 샌드위치 패널에는 난연 소재가 쓰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류 등 일반 섬유로 인한 화재를 막으려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을 활용하는 건 더 큰 화재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점상과 상인회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중구청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말 중구청은 노점상들에게 구조물의 형태와 크기 등 조건을 걸고 설치를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이후 상인들 반발이 커진 뒤에야 허용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현재 중구청은 공문 발송 등을 통해 노점상 측에 구조물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노점상 측에 상인회 동의가 없다면 구조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며 "양측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구조물에 대해 이행강제금 부과, 행정 대집행 등의 제재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