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전란의 기록에서 청춘의 미래를 읽다

입력 2025-09-08 09:25:34 수정 2025-09-08 18: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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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 3학점 '융합인문학', 영남대 청춘과 징비록의 만남
류성룡과 이순신의 만남, 대학 강의실에서 재조명
"지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징비 정신 수업

왼쪽부터 윤정현 영남대 대외협력처장, 서애학회 최재목 이사과 백권호 회장, 최외출 영남대 총장. 영남대 제공
왼쪽부터 윤정현 영남대 대외협력처장, 서애학회 최재목 이사과 백권호 회장, 최외출 영남대 총장. 영남대 제공

역사의 상처를 기록한 글이 오늘날 청춘을 위한 가르침이 된다. 영남대가 마련한 '융합인문학' 강좌는 임진왜란을 기록한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을 통해 성찰과 대비의 정신을 가르친다. 학자와 건축가 등 다양한 강사들이 참여해 역사·문화·리더십을 넘나드는 융합적 배움을 펼칠 예정이다.

영남대는 2025학년도 2학기에 교양과목 '융합인문학'을 개설했다고 8일 밝혔다. 강좌의 부제는 '청춘들을 위한 징비 정신'이다. 지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은 '징비'는 서애 류성룡(1542~1607)이 남긴 말이다. 대학은 이 정신을 현재 청춘들의 삶에 비춰주고자 한다.

강좌는 매주 화요일 상경관에서 진행된다.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가 담당하며, 서애학회의 후원을 받는다. 수강생 300명 규모의 3학점 교양과목(15주 과정)으로, 학문적 성찰을 넘어 삶의 용기와 희망을 일깨우는 데 목적을 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임진왜란을 기록한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 최초 책판 209장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647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징비록 책판.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임진왜란을 기록한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 최초 책판 209장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647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징비록 책판.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첫 강의는 지난 2일 수업 안내와 함께 문을 열었고, 이어 서애학회 이진규 이사장이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을 다룬다. 임진왜란의 바다는 이순신이, 육지는 류성룡이 이끌었다는 말처럼, 두 사람의 만남은 조선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장면이었다.

세 번째 강좌에서는 영남대 백권호 명예교수가 전략가이자 협상가인 류성룡의 경영기법을 분석한다. 이어 박추환 영남대 교수가 류성룡의 경제관을 소개한다. 이 강의들은 역사 속 리더의 경영철학을 오늘날 삶과 학문에 적용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강의는 역사와 정치에 머물지 않는다. 최상대 건축가는 '병산서원·하회마을 건축의 아름다움'을 통해 조선의 건축 정신을 보여주고, 전북대 정학섭 명예교수는 '류성룡의 사회자본'을 주제로 가정과 교육의 철학을 풀어낸다. 전란 속에서도 사회자본의 의미를 놓지 않았던 류성룡의 가르침은 청춘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0월에는 동명대 정승안 교수가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을 조명한다. 이어 서울대 전상인 명예교수는 한국 현대사 속 '징비'의 의미를 분석한다. 전쟁이라는 혼란 속에서 사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역사를 보는 눈을 넓일 예정이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서재진은 '류성룡의 감성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한다. 전쟁과 정치의 냉혹함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리더십은 오늘의 청춘들에게 또 다른 배움이 된다.

강의 후반부에는 문화·예술의 시선이 더해진다. 계명대 박일우 명예교수는 '서애 초상의 기호학적 해석'을 소개한다. 또한 서애학회 조현태 이사는 '중국의 입장에서 본 임진왜란'을 다루며 국제적 시각을 확장한다.

서애 류성룡은 전란을 마친 뒤 고향 하회마을에서 '징비록'을 집필했다. 임진왜란 7년의 전황과 원인을 기록한 이 책은 전란의 역사서이자 성찰의 기록이었다. 그 속에는 이순신의 명언,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나이다"가 담겨 있다. '징비록'은 1604년에 완성됐으며, 1969년 국보 제132호로 지정됐다.

최재목 교수는 "역사의 기록을 통해 청춘들에게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대비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라며 "전란의 폐허에서 일어선 류성룡의 정신은 학생들에게 성찰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강좌를 통해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융합적 인문학의 장을 열고, 청춘들에게 학문적 배움과 더불어 삶의 지혜를 선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회마을 충효당, 서애 류성룡 고택 스케치
하회마을 충효당, 서애 류성룡 고택 스케치
물이 돌아 흐르는 하회(河回)마을, 강 건너 부용대 옥연정사는 서애 류성룡이 7년 동안 징비록을 저술한 공간이다.
물이 돌아 흐르는 하회(河回)마을, 강 건너 부용대 옥연정사는 서애 류성룡이 7년 동안 징비록을 저술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