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쉽게 지치고 힘이 빠지는 근육, '중증근무력증' 아시나요?

입력 2025-09-10 06:30:00 수정 2025-09-10 0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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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 않지만 진단 늦어지면 생명 위협…얼음찜질·약물반응·반복신경자극 도움
조기 치료만 이뤄지면 충분히 회복 가능

ChatGPT가 그린 중증근무력증 이미지.
ChatGPT가 그린 중증근무력증 이미지.

20대 후반의 남성 A(28)씨는 별다른 통증이 없는데도 양쪽 허벅지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2주 동안 겪고 있다. A씨는 "아침에는 비교적 괜찮은 듯하다가, 활동을 하다 보면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저녁에는 걷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휴식을 취하면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다시 움직이면 또다시 다리에 힘이 빠지곤 한다"고 호소했다. 병원에서는 A씨의 증상을 단순한 피로 문제가 아니라 '중증근무력증'이라고 진단했다.

중증근무력증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 신경근육질환 중 하나다.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은 그리스어로 '근육 약화'를 뜻하는 'myasthenia'와 라틴어로 '심각한'을 뜻하는 'gravis'가 합쳐진 이름으로, 말 그대로 근육에 힘이 빠지는 병이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이 병은 신경과 근육이 만나 소통하는 부위인 신경근접합부에 문제가 생겨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시야가 겹쳐 보이거나 물을 삼키기 어렵다면 의심을

우리 몸은 운동신경에서 보내는 신호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근육세포로 전달되면서 움직인다. 그런데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몸 안에서는 체내 면역세포가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적'으로 오인해 공격한다. 이 때문에 신호전달이 방해되고, 이로 인해 근육 약화가 발생하게 된다.

중증근무력증의 가장 큰 특징은 근육 힘이 지속적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는 괜찮다가 오후나 저녁이 되면 증상이 심해지는 '일중변동'과 근육을 사용할수록 점점 약해졌다가 쉬면 다시 좋아지는 '피로성 약화'다. 환자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흔히 처음엔 눈꺼풀이 처지고, 두 눈이 겹쳐 보이는 복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말할 때 발음이 흐려지거나 코맹맹이처럼 들리는 비음성 음성,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곤란, 팔이나 다리의 근력 저하, 심지어 호흡 곤란까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음식을 삼킬 때는 딱딱한 고형물보다 물과 같은 액체를 삼킬 때 더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는 중증근무력증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 진단 쉽지 않아 여러 검사 거쳐야 확인

이러한 질환은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환자의 증상이 중증근무력증의 전형적인 특징과 일치할 때, 얼음찜질검사나 약물반응검사, 반복신경자극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얼음찜질검사는 안검하수가 있는 눈꺼풀에 얼음찜질을 2~5분간 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면 양성이다. 약물반응검사는 중증근무력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피리도스티그민 약물을 투여 후 증상 호전 여부를 관찰하는 검사다. 반복신경자극검사는 일정 주기로 신경에 반복적으로 전기자극을 주고 근육 반응을 관찰하는 검사로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10% 이상 반응이 감소하는 소견을 보인다.

또한, 혈액검사로 아세틸콜린 수용체 항체와 같은 자가항체를 확인하여 중증근무력증을 진단하게 된다. 중증근무력증이 진단되고 나면 흉선종과 같은 흉선 이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흉부 CT를 찍기도 한다.

◆ 과거는 치료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돼

과거에는 치료가 쉽지 않아 예후가 나쁜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개발되어 적절한 진단과 조기 치료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치료에는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혈장교환술, 면역글로불린 주사, 그리고 흉선 절제술 등이 있다. 특히 흉선종이 있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질병 경과를 현저히 개선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보체 억제제, Fc 수용체(항체의 'Fc 부분'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수용체 단백질) 억제제와 같은 중증근무력증의 발병 기전에 기초한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중증근무력증은 흔하지 않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석흥열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만약 하루 중 특정 시간에 유독 힘이 빠지거나, 눈꺼풀이 처지고 말이나 삼킴에 이상을 느낀다면, 단순한 피로로 여기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석흥열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