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閱兵式)에서 "중국 인민의 항일 전쟁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낸 위대한 전쟁이었다. 중국공산당이 주창한 항일 민족 통일 전선의 기치 아래, 중국 인민은 강철 같은 의지로 강적을 물리치고 피와 살로 장성을 쌓아 근대 이래 외적 침략에 맞선 첫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뭘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중국공산당이 항일 전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처럼 오해(誤解)·착각(錯覺)할 만하다.
전승절(戰勝節) 70주년 기념식 때, 중국공산당은 장제스의 국민당에서 복무했던 노병(老兵)들을 초청해 단상 위로 모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역사의 증인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었던 만큼 항일 전쟁의 주역(主役)은 공산당이 아니라 국민당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10년이 흐른 지금 중국공산당은 역사를 자기 중심으로 다시 쓰고 있다. 역사 왜곡·조작은 역사 콤플렉스를 가진 중국의 오랜 전통이 되어 버린 듯하다.
1945년 9월 3일은 중화민국(오늘날 대만) 국민혁명군 참모총장 허잉친이 일본군 지나파견군 사령관 오카무라 야스지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은 날이다. 중국은 원래 '지나(支那)'였다.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이 건국 이후 국민당 기념일이라고 해서 9월 3일 대신 8월 15일을 기념해 온 사실에서 역사적 진실은 드러난다. 중국공산당이 9월 3일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 3일 시진핑의 연설은 어쩌면 전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한 셈이나 다름없다.
전승절 최고 귀빈(貴賓)이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과거 소련) 대통령은 역사적 진실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일 전쟁 관련 질문에 "1930년대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반역적으로 무력 충돌을 도발했을 때 수천 명의 소련 전문 장교들이 군사고문으로 활동했다"고 했다. 중국공산당의 인민해방군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당시 일본군에 대항한 소련의 파트너는 공산당이 아니라 장제스의 국민당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푸틴이 시진핑을 한 방 먹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사적 진실 앞에 화려한 중국 전승절 열병식이 코믹해지는 순간이다.
sukm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