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의 도시이야기] 도심항공교통(UAM)이 이끌 도시의 미래

입력 2025-09-05 06:30:00 수정 2025-09-05 09: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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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영남대 명예교수)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최근 국토교통부가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의 상용화 기반 확보를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춘 시범사업을 추진함으로써 UAM의 상용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국 기업 이항(EHang)이 개발한 UAM이 TV 뉴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UAM은 저고도의 공중을 활용하는 도시의 항공운송 시스템으로,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UAM 기체들은 대부분 배터리와 모터를 통해 전기동력을 얻으며, 주로 수직 이착륙(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 Landing) 방식을 채택한다. 왜냐하면 수평 이착륙(Horizontal Take-off & Landing)을 위해서는 활주로와 비행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직 이착륙 방식을 채택하지 않으면 도시 교통수단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수직 이착륙 방식을 사용하는 UAM은 택시처럼 소수의 승객을 태우거나 그에 상응하는 화물을 탑재할 수 있다. 그리고 조종사가 조종하거나 자율비행도 가능하고, 저고도 상공에서 200km 이상 운행이 가능하며, 비행 속력이 시속 300~40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운행 거리와 비행 속력은 개발되는 기종마다 다소 차이가 있고, 기술혁신(배터리 기술 등)에 따라 더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UAM의 서비스 영역은 기술혁신에 따라 변할 수 있는 UAM의 운행 거리, 요금체계, 그리고 경쟁 교통수단의 통행비용(요금), 통행시간 등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결국 교통수단 선택의 주요 변수인 통행비용, 통행시간, 안전성, 편리성 등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때 UAM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UAM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 세계에 거의 동시에 보급되었던 휴대폰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도입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가 증가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UAM의 도입 여부와 시점은 인구통계학적·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와 도시의 특성에 따라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UAM의 활용범위는 시기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UAM의 상용화 초기에는 우선 도심과 주요 목적지(예: 공항)를 오가는 셔틀 노선으로 주로 활용되고, 다소 시간이 지나면 도심의 출퇴근을 위한 통근 노선이나 고객 맞춤형(수요응답형) 항공택시로까지 활용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광역권 내 도시 간 이동 수단으로 활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화물 수송이나 재난 대응 등의 용도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UAM은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수단의 범주에 포함된다. 비록 고급 교통수단이기는 하지만, 노선과 요금이 정해져 있고 정부의 여러 가지 규제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UAM이 고정된 출발지와 목적지를 운행하는 것 외에도 고객 맞춤형(수요응답형)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택시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가지 규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UAM의 운영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소위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사업영역에 속한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는 다소 높은 수준의 요금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요 확대와 함께 요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UAM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UAM 이용이 편리한 이착륙장, 즉 버티포트(verti-port)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높아지게 될 것이다. 특히 버티포트 가운데 교통 허브 기능이 큰 버티포트의 주변 지역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버티포트 주변 지역은 고소득층 주거지역과 고급 업무기능 중심으로 공간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대부분의 UAM 기체는 수직 이착륙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활주로를 가진 비행장은 필요 없지만 수직 이착륙을 위한 버티포트는 적재적소에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복잡한 도심에서 버티포트의 입지와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버티포트마다 기능의 구분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모든 버티포트에서 기체의 정비와 배터리 충전이 이루어질 수는 없고, 교통 허브 기능이 큰 버티포트는 다양한 부수적인 기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가 확대될 것임은 자명하다. 물론 업종과 업무의 성격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지만, 큰 흐름은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이처럼 노동의 형태가 달라지면 직장인들의 주거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재택근무의 비중이 큰 직장인이나 매일 출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대도시 도심의 비싼 주택에 살면서 출퇴근하기보다는 버티포트의 접근성이 좋은 대도시 외곽 지역에 살면서 UAM을 이용해 도심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UAM의 출현은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UAM의 출현은 도시공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계기(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UAM의 출현을 전제로 도시공간구조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