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조두진] 오리보다 못한 사람들

입력 2025-09-04 05: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현재 요약문을 준비중 입니다.

이 요약문은 AI가 작성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취재한 심층적인 이야기와 중요한 맥락은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물새류는 부화(孵化)한 직후 처음 접한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한다고 한다. 이를 각인(imprinting)이라고 하는데, 부화 직후(부화 후 13~16시간 이내)에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에게 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다. 어미를 빠르게 인식하고, 어미를 따름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본능이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가 오리와 거위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밝혀냈다. 한 번 각인된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각인 현상이 있다. 그러나 오리나 거위, 기러기처럼 빠르고 강한 각인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 일부 정치인들과 법률가들이 물새의 '각인'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자 친민주당 성향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검사장)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개혁안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라거나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掌握)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 5적'이라며 대통령실 민정수석,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등도 비판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검찰의 수사가 검찰 독재, 권력의 정적(政敵) 사냥으로 각인돼 있는 모양이다. 과도한 검찰권 행사는 제한되어야 하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불기소 또는 재판에서 무죄가 날 수 있다. 극단적 가정(假定)이지만 어떤 경찰이 범죄자를 봐줄 목적으로 '대충' 수사할 수도 있다. 또 경찰은 범인을 찾고 잡는 수사에 탁월하지만 법리는 법률가인 검사에 비해 덜 전문적이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법률과 판례에 어긋나면 재판에서 유죄가 무죄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몇몇 시민단체들은 '검찰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각인' 탓인지 현실을 외면한다. 오리나 거위는 본능에 충실할 때 생존에 유리하지만, 사람은 앞뒤를 살펴 적절히 생각을 바꿀 때 생존에 유리하지 않나. 이러다가 오리보다 못하단 소리 듣는다.

earfu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