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과 김지찬, 키 163㎝로 리그 최단신
빠른 발, 날카로운 타격, 폭넓은 수비 갖춰
1, 2번 타순에서 삼성의 공격 활로 열어줘
둘이 맛깔나는 밥상을 차린다. 작은 체구도 걸림돌이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김성윤(26), 김지찬(24) 얘기다. 이들을 공격 선봉 삼아 삼성이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테이블 세터(Table setter). 야구에서 공격의 시작인 1번, 2번 타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마치 밥상을 차리듯 '팀의 득점 기회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들 뒤에 나서 점수를 뽑아내는 이들이 3~5번 중심 타선(클린업 트리오)이다.

김성윤과 김지찬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KBO리그에 등록된 선수 중 최단신(163㎝)이 이들 둘. 하지만 존재감은 상당히 크다. 둘 다 공을 맞히는 재주가 좋다. 발이 빨라 도루,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로 상대를 위협한다. 외야 수비 범위가 넓은 것도 공통점이다.
김성윤은 지역 연고 출신. 포항제철고를 거쳐 2017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023년 꽃을 피우는 듯했다. 타율 0.314, 20도루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상 등으로 고전, 32경기(타율 0.243)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데뷔 후 가장 반짝이는 건 올 시즌. 3일 경기 전까지 타율 0.325(126안타), 49타점, 24도루를 기록했다. 키는 작지만 몸이 단단하다. 근육질 체형을 만든 덕분에 힘이 좋다. 타구가 강하게 뻗어나간다. 홈런도 4개 날렸다. 어깨도 강하다. 홈 송구가 빨랫줄같다.
내친 김에 타격왕에도 도전한다. 현재 1위는 KT 위즈의 안현민(타율 0.332). 이어 빅터 레이예스(0.329·롯데 자이언츠), 양의지(0.327·두산 베어스)가 2, 3위다. 4위인 김성윤과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김성윤과 달리 김지찬은 지난 시즌 펄펄 날았다. 타율 0.316(143안타), 36타점, 42도루로 팀이 정규시즌 2위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수비에서도 새 자리를 찾았다. 2루수로 뛰다 중견수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쉽지 않은 타구도 빠른 발로 쫓아가 처리해냈다.
하지만 올 시즌 부침이 있었다. 3월 타율 0.484로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4월부터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과 내전근 부상 등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1군에 복귀했으나 다시 부상으로 빠졌다. 결국 전반기 타율은 0.269에 그쳤다.

박진만 감독의 말처럼 김지찬은 뛰지 못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이 사라진다. 김지찬의 공백은 박승규가 잘 메웠다. 김지찬은 한 달여 만인 8월 19일 복귀했다. 제대로 뛸 수 있게 된 김지찬은 달랐다.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박 감독이 기대했던 대로였다.
키는 작다. 하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둘 다 '작은 거인'이라 할 만하다. 3연승 중인 삼성은 3일 경기 전까지 4위.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다. 3~7위 간 승차가 2.5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삼성이 이들을 앞세워 연승 행보를 이어갈 태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