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용열차 '태양호' 타고 베이징 도착
금지된 무기 묵시적 동의 얻고 국제사회 존재감 과시할 목적
'北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부각
외부 위협 방어 특별열차 탑승…장거리 고생하는 영도자 선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시간이 넘는 특별열차 여정 끝에 2일 오후 4시(우리 시각 5시) 베이징에 도착했다. 6년 8개월 만의 중국 방문이다. 중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이 목적이지만 북중러 세 나라 정상이 한 데 모임으로써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용 특별열차 '태양호'
지난 2019년 1월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은 전용 특별열차 '태양호'를 이용했다. 집무실, 식당, 의료시설 등을 구비했으며 벤츠 방탄차를 운송하는 칸도 있다. 테러 등에 대비한 방탄 기능 및 박격포 무장,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기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열차보다 무거워 속도를 높이기 어렵기도 하지만 북한 내 선로 사정이 열악해 시속 40~60km로 이동한다. 때문에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20~24시간 정도가 걸린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 해외 방문이던 2023년 9월 러시아 방문 때도 이 열차를 이용했고, 심지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때도 이 열차를 타고 60시간을 달렸다. 두꺼운 철판으로 제작돼 비행기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https://www.imaeil.com/photos/2025/09/02/2025090216382962519_l.jpg)
전용기가 있으나 항로 파악이 쉽다는 점이 단점이다. 설상가상 김 위원장의 전용기는 옛 소련이 제작한 '일류신-62M'을 개조한 기종으로 40년이 넘었다. 김영남,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이 전용기를 타고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바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주로 전용 특별열차를 이용해 해외 방문 등 일정을 소화했다. 특별열차가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 수단 기능도 톡톡히 한다는 분석도 있다. 장거리를 마다치 않고 이동하며 고생하는 영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국제무대 가치 높이려는 계산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쪽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고 왼쪽에 김 위원장이 설 것이라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국제사회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중러 세 나라를 '격변의 축(Axis of Upheaval)'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특정 의제를 두고 정상회담을 하는 그림이 그려지진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미일에 대항하는 그림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을 두고 "금지된 핵무기에 대한 묵시적인 지지를 얻으며, 외교적 교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존 델러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의 말을 전하며 "북한의 위상을 주요 국가들과 같은 반열로 끌어올리는 것이며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때처럼 이를 북한 내에 보여주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러시아와 밀착으로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회복하고,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 무대에 처음 등장하면서 중국, 러시아와 동맹 이미지를 연출한 대담한 행보"라며 "이를 계기로 향후 국내외적으로 극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