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금융 제도권에 편입하며 달러 패권 강화에 나서자 한국의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도 직접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하다"며 대응이 늦어지면 달러라이제이션(달러화 의존)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가치가 1대1로 고정된 디지털 자산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결제·송금에 적합하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을 '미국의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선언하면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는 2천7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98%가 달러 기반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확장되는 동안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으면 통화주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무역과 해외송금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될 경우 충격은 현실화된다. 예컨대 미국 조선사가 한국 조선업체에 선박 대금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면 수수료 없이 수 분 만에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를 외환거래법상 어떻게 처리할지 규정이 없어, 국내 유입 순간 통제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케이팝 음원 결제를 추진 중이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이 지난 8월 방한하는 등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국이 스테이블코인 활용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라고 분석한다.
시장 구조 변화도 불가피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은행은 예금 기반 결제시장에서 경쟁 압박을 받을 수 있고, 핀테크 기업들의 '○○페이'는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디지털 자산과 원화 금융상품을 연결하는 새로운 결제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결국 관건은 속도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법 제정은 발의와 공포, 시행까지 최소 6개월~1년이 소요된다. 그 사이 미국은 GENIUS Act를 앞세워 글로벌 규제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한국이 늦는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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