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동석] 소탐대실(小貪大失)

입력 2025-08-28 06:30:00

김동석 국제부장
김동석 국제부장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혜왕은 이웃 나라인 촉나라를 차지하고 싶었다. 그런데 촉나라의 수도로 가는 길이 험난해서 군사를 일으킬 수 없었다. 어느 날 촉나라 왕이 금은보화를 무척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나라 혜왕은 옥으로 만든 소 안에 금은보화를 가득 넣어 촉나라 왕에게 선물로 보낼 거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촉나라 왕은 선물을 받을 욕심에 백성들을 모아 산을 뚫고 큰 길을 만들었다. 진나라 혜왕은 그 길로 소와 함께 수만 명의 군대를 보내 촉나라의 수도를 공격해 승리했다. 촉나라 왕은 작은 것(금은보화)에 욕심을 내다가 큰 것(나라)을 잃게 됐다.

바로 소탐대실(小貪大失) 이야기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도 소탐대실이 될까 걱정된다. 주권이란 명분에 집착하다가 국익이란 실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을 빨리 하자는 쪽에선 '군사 주권'을 주장한다. 외국 군인 미군 대장이 한국군을 작전통제하는 건 주권을 훼손한다는 논리다. 반면 천천히 하자는 쪽에선 '안보 불안'을 내세운다.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의 안보 공약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25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동맹 현대화'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재명 정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도 지난 13일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를 통해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방위사업청도 지난 4일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 주도의 효과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성능을 개선하기로 하고, 올해부터 2029년까지 1천178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전작권 전환 목표를 언급한 바 있다.

오늘날 국제 질서는 미국 일극 체제에서 미국-중국-러시아의 3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안보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북한도 남한을 공격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도 있다. 일각에선 이런 엄중한 시기에 전작권 전환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한다.

이뿐만 아니다. 전작권 전환의 실익도 따져 봐야 한다. 현재 미군이 운영하는 북한 상공 정지궤도 인공위성 비용, 통신 감청 비용, 기타 군사 동향 및 전략자산 운용 비용 등을 우리 군이 부담해야 한다. 전환 비용이 천문학적인 21조원에 이른다는 추계도 있다.

전시 통합 작전 능력도 의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한국군 지휘관이 우리 군과 미군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 전시 상태에서 과연 미군 병력이나 전략자산 동원 등이 우리의 요구대로 원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또 전작권 전환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무관치 않다.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 한국군은 북한 억제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의 근간까지 흔들릴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여부는 주권과 실리 가운데 선택의 문제다. 이재명 정부도 실용 외교를 천명하고 국익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제는 무너져도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안보는 한 번 길을 잘못 들어서면 돌이킬 수 없다. 현자(賢者)는 소탐대실의 우(愚)를 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