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독립 34주년 맞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발 빼려는 러시아

입력 2025-08-25 16:18:49 수정 2025-08-25 20:33:14

젤렌스키 "강한 안전 보장 받을 것"
세계 각국 축전… 지지와 연대 표명
러 외무 "러-우 정상회담 계획 없어"
美 밴스 부통령 "러시아 제재 유효"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 두 번째)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마린스키 궁전에서 열린 서명식을 마친 뒤 함께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 두 번째)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마린스키 궁전에서 열린 서명식을 마친 뒤 함께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와 4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34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세계 각국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종전 방안을 슬그머니 눙치는 모양새다. 시간을 끌어 전황을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속내에 미국도 대(對) 러시아 압박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세계 각국의 응원 메시지

옛 소련에 대한 독립선언법이 통과된 1991년 8월 24일을 독립기념일로 지정한 우크라이나의 34주년 독립기념일 기념식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에겐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는 오직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며 "앞으로 누구도 감히 침공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안전보장을 받음으로써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각국도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맞춰 지지와 연대를 표시했다. 특히 독립기념일을 맞아 키이우를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조달 체계인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며 우크라이나와 드론을 공동 생산한다는 데 합의했다. 전후 재건 민간 부문 참여, 수력발전과 소형원자로 등 공동 에너지 프로젝트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특사로 기념식에 참석한 키스 켈로그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와 만나 광물 협정과 안전 보장 방안을 논의했고, 폴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와 군 장비 공동 생산에 합의했다.

레오 14세 교황, 찰스 3세 영국 국왕, 트럼프 대통령 등이 보낸 축전도 공개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에 감사를 표시했다. 시 주석은 전쟁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양자 관계를 꾸준히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양국 국민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오도록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對러시아 제재 가능성 상존

러시아의 종전안 논의 거부 움직임이 노골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현실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했던 '2주 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마저 러시아의 소극적인 태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NBC 방송과 22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의제가 준비되면 젤렌스키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그런 의제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따라서 회담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 사흘 뒤인 1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까지 하며 러-우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고위당국자가 러-우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4일 경제 제재 등 대(對) 러시아 압박 카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재는 테이블 위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우리는 사안별로 어떤 조치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압박을 행사할 수 있을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다만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관련해 미국 지상군 파병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