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배달하려면 10만원 내세요"…순천 아파트 '갑질 논란'

입력 2025-08-19 19:35:35

'택배 쉬는 날' 마지막 날인 17일 서울 한 물류센터에 배송될 택배 물품이 쌓여 있다. 택배 쉬는 날은 2020년부터 택배업계와 고용노동부의 자율 협약으로 시행됐으며, 법적 의무는 없지만 주요 택배사들이 매년 참여해 왔다. 올해 또한 휴일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택배사가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 단지가 택배 기사들에게 공동 현관 출입과 승강기 이용에 대한 요금으로 부과하려다 비판 여론에 직면해 해당 방침을 철회했다.

19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순천의 한 아파트 관리 사무소는 지난달부터 택배 기사들에게 공동 현관 출입용 카드에 대한 보증금 5만 원과 연간 이용료 5만 원(월 5천 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방침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보안 문제와 엘리베이터 사용에 따른 불편 해소를 이유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택배 기사들은 실제 10만 원의 비용을 부담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주도로 택배 기사분들께 공동 현관 출입을 위해 매달 5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은 "출입 카드키를 구매하게 하는 것까지는 다른 아파트들도 그런 곳이 있다고 하니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치겠다"며 "카드키 구매 비용과는 별개로 매달 이용료까지 받고 있다니, 이건 정말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더운 날씨에 배송 업무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이런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들어 관리사무소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라 저희는 따를 뿐입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답변"이라며 "이건 명백한 갑질이다. 택배 배송은 우리 입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다. 우리가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주시는 분들께 월 이용료를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아파트 측의 조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집 대문 앞까지 배달을 원하면서 '통행세'를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서울 지역의 한 입주민은 "우리 아파트도 택배 기사들 보증금 받고 키 구매하라고 함"이라며 비슷한 사례를 공유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아파트 측은 택배기사 대상 요금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다른 일부 단지에서도 이용료를 받는 데다가 세대 보안 문제나 공동 현관, 엘리베이터 등 파손 우려도 있어 조심히 사용하라는 의미로 요금을 받으려 했다"고 했다.

순천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지역 내 모든 아파트 단지에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하고 "지역 이미지와 택배 기사들의 고충을 고려해 요금을 받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