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초의회, 잇단 '징계 의원' 소송 대응에 골머리…도덕성 지적도

입력 2025-08-19 17:17:38

1년 사이 대구 기초의원 가처분 신청만 세 건
각 의회, 소송 비용으로 1천만원대 예산 편성
"인지도·비난 여론 없으니 부담 없이 복귀 꾀해"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정 구의원은 지난 6월 27일 남구의회 본회의장에서 불신임건 상정에 앞서 동료의원과 구민들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김지효 기자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정 구의원은 지난 6월 27일 남구의회 본회의장에서 불신임건 상정에 앞서 동료의원과 구민들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김지효 기자

정재목 대구 남구의회 부의장이 의회를 상대로 자신의 제명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매일신문 8월 14일)하면서 징계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가 갑작스런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혈세 낭비 지적이 나온다.

19일 남구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 14일 대구지법으로부터 정 부의장이 제기한 '제명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관련 서류를 받은 직후 변호사를 선임했다. 정 부의장의 가처분 기일은 22일 오후 2시로 예고됐다.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받는 정 부의장을 비롯해 대구 기초의회에서 징계를 받은 의원이 법원에 소송과 가처분을 제기한 사례는 지난 1년 새 세 건에 달한다.

앞서 '불법 수의계약' 논란으로 제명 징계를 받은 배태숙 전 중구의회 의장은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끝내 기각됐다. 김정희 달서구의원도 '동료 의원 허위 고발'을 이유로 출석 정지 20일 징계를 받은 데 반발해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징계 의원과의 '법정 다툼'에 드는 지자체 소송 비용도 문제다. 올해 초 중구의회는 소송 비용으로 예산 1천만원을 편성했다. 남구의회도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2차 추경안에 예산 총 1천400만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기초의원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할 법적 근거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처벌 당할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의원직을 지키려 노력하는 건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부적절하다"며 "기초의회 입장에서도 법적 대응을 철저히 해 소송 비용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징계 의원들의 잇단 가처분 신청이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병진 계명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비교적 개인적 인지도가 낮은 기초의원들은 논란을 빚거나 이후 상식 밖의 대응을 하더라도 비난 여론이 크게 확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송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별다른 부담 없이 법적 판단을 구하고, 복귀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의회는 이달 말 열리는 임시회에서 부의장을 새로 선출할 가능성은 열어두되, 당장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처분 결과가 나오는 시점과 임시회 일정이 맞물리는 만큼, 결과를 확인한 뒤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