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동시다발 위기…중국 공세·미국 관세에 내수 침체까지

입력 2025-08-18 17:57:13

글로벌 TV 시장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TV 평균 판매가격이 나란히 하락 추세를 이어간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삼성전자의 TV 제품과 중국 가전 회사의 TV 제품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TV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연평균 대비 약 4% 하락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연평균 대비 2.5% 하락했다. 연합뉴스
글로벌 TV 시장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TV 평균 판매가격이 나란히 하락 추세를 이어간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삼성전자의 TV 제품과 중국 가전 회사의 TV 제품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TV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연평균 대비 약 4% 하락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연평균 대비 2.5% 하락했다. 연합뉴스

한국 제조업이 사방에서 흔들리고 있다. 디스플레이·석유화학·철강·태양광·2차전지·건설업에 이르기까지 주력 산업들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내수 침체까지 겹치며 동시다발적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 시장에서 저력을 과시했던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미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 한국은 LCD 시장에서 철수하기 전 점유율이 10%에 불과했으며, 중국은 63.4%를 차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대만이 24.4%로 2위였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와 정부 보조금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자 한국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났다. OLED 시장은 그나마 한국의 마지막 보루지만 BOE·CSOT 등 중국 기업이 빠르게 추격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태양광·2차전지도 흔들리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의 가동률은 1년 만에 33%에서 21%로 급락했고, 2차전지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고금리·원자재 가격 상승·인력난 등 복합 악재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방산업인 시멘트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18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시멘트 내수 판매량은 1천888만t으로 전년 대비 17.4% 줄어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다. 국내 에틸렌 생산 3위 여천NCC는 부도 위기를 간신히 넘겼고, 롯데케미칼의 나프타 분해 평균 가동률은 64.4%로 급락했다. LG화학 역시 71.8%로 떨어지며 '업계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70% 가동률이 무너졌다.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국내 내수 침체까지 겹친 지금, 한국 제조업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전문가는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하지만 침체한 내수 시장으로 인해 건설업과 제조업의 위기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산업 간 연계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 구조상 특정 산업의 위기는 다른 산업으로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어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