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환태평양 연안 국가 간 경제적 결합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다. 20개 국가와 특정 행정기구인 홍콩이 참여하고 있다.
1989년 한국, 미국, 일본 등 13개 국가 장관급 협의체로 출발했고, 이후 중국, 홍콩, 대만 등이 참여했다. 1993년 미국 시애틀 회의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된 후 매년 개최되고 있다.
경주는 역대 정상회의 개최 도시 중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한다. 올 7월 기준 경주 인구는 24만4천여 명이다. 작년 개최지 페루 리마는 7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다. 샌프란시스코(2023년 개최지), 방콕(2022년 개최지) 등지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도시다. 심지어 2018년 개최지인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도 40만 명으로 경주보다 인구가 많다. 관광지이지만 휴양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고, 대한민국의 동남권에 치우친 탓에 접근성도 뛰어나지 못하다.
이런 경주가 세계 최고의 거물맞이에 올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정상들이 모두 경주를 찾을 것이다. 이들 중 단 한 명이 수도인 서울을 찾아도 정부는 호들갑을 떤다.
강대국 정상을 포함해 무려 20명의 국가 원수가 인구 24만 명의 소도시 경주를 찾는 것은 엄청난 역사적인 이벤트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1천500여 년 만에 경주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 행사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 셈이다.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 미국의 관세 폭탄, 우크라이나 종전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등 세계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는 자유 무역 체제에서 우방과 적국 간 경계가 모호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살벌한 경제 전쟁 시대에 아시아와 태평양의 주요국 정상들이 경주에 모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의하는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깜짝 이벤트가 더해진다면 경주는 APEC 역사에서 '레전드'로 기록될 것이다.
APEC을 치른 경주는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외국 정상들이 신라의 6개 금관을 직관하면 놀라움에 눈이 뒤집어질 것이다. 서방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신비로운 경주 문명이 APEC 기간 실시간으로 세계에 소개된다.
다만 아직 시설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 100일 앞둔 시점의 공정률이 정상회의장 40%, 국제미디어센터 60%, 만찬장 35%라고 한다. 한국인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이 발휘되면 대회 전까지 완벽한 시설을 갖추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주낙영 경주시장, 김상철 경북도 APEC 준비지원단장 등 공무원들이 불철주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김민석 국무총리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총리는 취임 4일째인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경주를 찾아 기반 시설 진행 상황을 살폈다. "세계에 'K-APEC'이었다고 APEC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하자"고 독려했다. 이어 15,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다시 경주에 왔다. 숙소 및 문화 행사 준비 상황을 체크했다. 이달 6, 7일도 경주를 찾았다. 항공·교통·의료 분야 상황을 살폈다. 김 총리가 현장을 챙기면서 업무 결정이 빨라지고, 일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시설이 미비한 시점에 김 총리가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성공을 통해 경주가 새롭게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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