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님들은 자영업자들인데 누구 마음대로 일하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쿠팡 노조가 오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선포하고 사실상 파업을 예고하자 온라인에서 불만 여론이 들끓고 있다. 누리꾼들은 배송 주체인 택배기사들마저 반대하는 파업의 명분에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일할 권리를 빼앗는 행위", "국민들의 생필품을 볼모 잡느냐"등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노조의 파업 참여 인원이 극소수로 예상되는 만큼 14일 로켓배송은 정상 가동될 전망이다.
◇ "자영업자인데 왜 강제 휴무?"…온라인 여론, 명분 잃은 파업에 '부글부글'
12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1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서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8월 14일 쿠팡과 로켓배송을 멈추겠다"고 선언했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20년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쿠팡은 이미 주5일제를 시행 중이고 배송 기사가 원할 때 언제든 쉴 수 있다며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로켓배송을 중단하겠다는 택배노조의 주장은 대중적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위탁배송 기사들은 회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인데 마치 근로자처럼 일괄적으로 휴무를 강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12일 주요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 창에는 개인사업자인 배송기사들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누리꾼은 "애당초 자영업자니까 힘들면 알아서 대타 구해서 영업해야지 왜 쿠팡 핑계를 대나"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쿠팡 배달 기사들이 먼저 일하겠다고 시위하는데 무슨 말이냐"며 파업의 명분이 당사자들의 의사와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이외에 "본인들이 안 쉬고 부지런히 일하겠다는데 데모꾼들이 노동을 망치고 있다", "애초에 힘들어도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시작했을 텐데, 저렇게 되면 강제 임금 삭감이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택배노조의 파업은 결국 애꿎은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57만여 온라인 중소 판매자들이 모인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모든 택배를 강제로 멈추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산업 전반에 동맥경화를 야기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택배기사들도 거부하는 택배 없는 날...전문가들도 "구조적 해법 먼저 찾아야"
배송 주체인 쿠팡 택배기사들마저 택배 없는 날을 반기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과 계약한 위탁배송업체 소속 배송기사들(퀵플렉서)은 CJ대한통운이나 로젠 기사처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배송한 물량만큼 일당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택배없는 날에 쉬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에 따르면 주요 택배 배송기사들의 평균 수입은 쿠팡CLS(569만원), 롯데택배(498만원), CJ대한통운(493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주5일 근무(한달 약 20일)를 가정하면 하루 수입이 24~28만원 날아가는 꼴이고, 한달 800~1000만원 버는 기사들은 하루 50~60만원 타격을 받는다. 이에 퀵플렉서들로 구성된 이익단체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시스템은 자율 휴무와 일정 수입 보장이 가능하다"며 '택배 없는 날' 강제 휴무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루 휴무를 강제하면 그동안 쌓인 업무 탓에 복귀 이후 오히려 업무 강도가 증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과거 '택배 없는 날' 시행 당시에도 휴무일 전후로 배송 물량이 폭증해 오히려 현장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배송 지연이 속출하는 부작용이 반복됐다. 이철웅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인위적인 배송 휴무일 지정은 배송 물량 폭증으로 인한 무리한 과로가 오히려 나타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택배노조가 진정으로 기사들의 휴식권을 위한다면, 특정 기업의 배송을 멈추는 투쟁 방식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상시적 주5일 근무'가 가능한 구조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쿠팡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업계 최초로 '백업기사 시스템'을 도입, 위탁배송업체가 계약 시 의무적으로 대체 인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그 결과, 최근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서 CLS 위탁배송 기사의 62%가 '주 5일 이하'로 근무한다고 답해 일부 택배사(1.5%)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CLS에 따르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전체 퀵플렉서의 30%인 약 6000명이 매일 쉬고 있어 사실상 '상시적 휴무'가 보장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년에 하루 강제로 쉬게 하는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업무의 구조개혁을 통해 택배기사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로켓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파업 참여 인원이 극소수인 만큼 14일에도 로켓배송은 정상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에도 쿠팡 물류센터 소속 일부 근로자들이 연차·보건휴가·특근 거부 등의 방식으로 파업에 돌입했으나 로켓배송은 차질없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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