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의 도시이야기] RE100과 도시의 미래

입력 2025-08-08 06:30:00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100% 가동되는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해 국내외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서남권 등 지방에 우선 RE100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을 계기로 RE100을 활용한 지역발전 전략이 관심을 끌고 있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국제 비영리기구인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주도로 2014년에 시작되었다. RE100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기업 차원의 실질적인 탄소중립 실천 방안으로, 오래전부터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RE100에 가입한 회원사(기업)들은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 등의 설비를 직접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서 조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050년까지 점진적으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으로 대체해야 한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는 캠페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2014년 RE100 시작 당시에는 이케아(IKEA)를 비롯한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으나, 이후 애플(Apple), 구글(Google), 어도비(Adobe)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면서 회원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SK그룹 계열사인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LG전자, KT, 삼성전자, KB금융, 네이버 등 많은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RE100 회원사 중 일부는 자신의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협력업체)을 상대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산된 부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RE100이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RE100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RE100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제정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23년 6월에 제정된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방식에서 탈피해서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보급 및 확대로 에너지 공급체계를 바꾸기 위해 제정되었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시행을 통해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소 집적화와 장거리 송전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 및 주민 피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와 지역별 에너지 자립을 통해 탄소중립과 RE100 실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송전망을 통해 장거리 이송을 하고, 배전망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그러나 문제는 주민 수용성의 문제로 인해 송전망의 증설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컨대 수도권에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생기게 되면 송전망에 의존한 방식의 전력 공급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신규 송전망을 건설하지 않으면서 기존 전력망으로 전력수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전력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도시나 지역별로 에너지 수급과 산업 입지 정책의 부조화(mismatch)는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발전시설은 국토의 중남부 지역에 많이 집중되어 있음에 비해 인구와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수도권의 경우 향후 전력 소비가 많은 새로운 산업의 입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제 도시마다 RE100의 동향과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시행의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도시 스스로 산업 입지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RE100은 시장의 힘(market forces)에 의해, 그리고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제도에 의해 도시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제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와 에너지 자립체계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RE100을 전략의 중심에 두고 도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RE100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마련해서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