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빠졌다"는 한국, "열렸다"는 미국…농축산물 개방 진실 공방

입력 2025-08-03 16:51:42 수정 2025-08-03 19:54:21

비관세 장벽 후속 협의 예고…"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정부의 대응 과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 여부를 둘러싼 양국 정부의 발표가 엇갈리며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한국 시장의 '역사적 개방'을 거론하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백악관의 입장은 달랐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이 자동차와 쌀과 같은 미국 제품에 대해 역사적인 개방을 했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 제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완벽한 무역 개방'은 정치적인 표현"이라며 "한국은 이미 FTA를 통해 농산물 시장의 99.7%를 개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에도 농업계에서는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비관세 장벽 완화와 관련된 후속 협의가 남아있는 만큼, 농업계와 소통하며 책임 있는 협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국한우협회도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추가 논의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농식품부는 검역 절차 개선 협의는 미국과의 기술적 협력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송 장관은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 역량 제고가 핵심이며, 소통 강화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과나 유전자변형작물(LMO)도 일정 절차를 거치면 수입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 기준에 따라 8단계 검역을 거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1993년 신청한 사과 수입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2단계인 '수입위험분석 착수'에 머물러 있으며, 지난해 사과 수요가 높았던 '금(金)사과 파동' 당시에도 검역 완료 국가가 없어 수입이 불가능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한국이 미국에 총 3천500억달러의 투자와 1천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고, 미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것이다. 정부는 이 대가로 농축산물 분야의 추가 양보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 협상은 일종의 프레임워크 성격에 불과하고, 이후 한미 정상회담이나 후속 협의에서 디지털·검역·지도 데이터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협상은 잘 넘겼지만, 앞으로 언제 관세나 비관세 압박이 들어올지 안심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후속 협의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