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사실을 전하며 '쌀 시장 개방'을 언급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각 지난달 31일(한국시각 1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이 어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상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15%의 관세를 내게 될 것이며,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providing historic market access to American goods like autos and rice)"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히 개방(completely open)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미국 측 발표 내용과 달리 쌀 등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농축산물 시장의 99.7%가 개방돼 있고 나머지 0.3%에 대해 더 개방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 우리 측 의견으로, 이 의견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상세 품목에서 검수나 검역 과정을 더 쉽게 한다거나 하는 변화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체 (개방하는) 양에 있어서는 (추가되는 것이 없다)"며 "오히려 미국 측에서 조금 오해가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검역 완화가 사실상 시장 개방 확대 아니냐는 질문에도 "상세 항목은 조율과 협상 여지가 남아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쌀이나 농축산물에 대해 개방 폭은 넓히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이어 "세부 요건에 있어서 (한미가) 서로 인지하는 게 달랐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측 설명은 한미 양국 발표에서 일부 온도차가 불거진 가운데 한국 입장이 더 정확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는 '완벽한 무역' 이런 표현이 있는데 정치적인 수사라고 저희는 판단한다"며 "아시다시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 농산물 시장은 99.7%가 개방돼 있고 이것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쌀의 경우도 저율 관세로 미국 쌀을 매년 13만 2000t(톤) 저희가 들여온다"며 "이미 개방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수입 쌀에 대해 513% 관세를 부과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5%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적용하고 있다.
통상협상을 위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날 미국 측이 한국 쌀 시장의 추가 개방을 거론한 데 대해 "전혀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 쌀시장 개방을 언급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느냐'는 질문에 "쌀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발표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인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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