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종사자 많은 쌀·소고기 분야 정부 '레드 라인' 삼아
품목별 세부 내용은 아직 미공개, 협상안 세부 조율 과제로 남아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이 15%선에서 타결됐으나 민감한 쌀·소고기를 놓고 한미 양측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듯한 기류가 관측된다. 향후 펼쳐질 협상안 세부 조율 과정에서의 매조지 작업이 과제로 남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국 협상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품목별 논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관련 종사자가 많은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은 그 동안 줄곧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쌀 시장 개방 등을 우리 측에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금껏 다른 국가와 통상협상에서 농산물을 주요 카드로 써 왔던 것과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 일단 이번 협상에서 이 시장을 양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농가에 미치는 영향과 민감도를 고려해 쌀과 소고기를 '레드 라인'으로 두고 협상에 올리지 않았으며, 농산물 시장 개방을 통상 카드로 써야 할 경우 '연료용 농산물' 수입 확대 카드를 고려했다.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는 현재도 수입이 가능하고 국내 옥수수 자급률이 0.7%에 그쳐 파급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앞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 농업 분야의 99.7%가 이미 개방 상태이고, 나머지 10개 내외 조항에 대해서만 유보돼 있기에 추가 개방 압력을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은 카드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5대 농산물 수입국이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약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다만 양국 간 설명이 다소 차이를 보였던 타결 조건이나 그 해석 등을 두고 줄다리기가 추가 조율 과정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데다, 그의 다소 변덕스러운 성향, 톱다운 방식의 협상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 측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파악 중이란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소고기 등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전달받았다"며 "세부 사항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정동영 "대북 민간접촉 전면 허용…제한지침 폐지"
李대통령, 과한 수사 제동…李경북도지사 첫 사례 되나
한동훈, 당대표 후보 검증 나선 전한길 두고 "진극 감별사"…김문수·장동혁 향해선 "'극우 없다'면서 줄서기"
트럼프 "한국 3천500억달러 투자…상호관세 25%→15%" [영상]
李대통령 "100조 이상 국민펀드 마련해 미래전략산업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