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생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1년반만에 해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마치, 의료현안이 모두 해결될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본질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의정갈등 기간 대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던 중견 교수들은 중증∙필수의료 정책에 대한 실망감, 과중한 업무부담,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으로 그들의 지위에 대한 '현타 (현실자각타임)'가 왔고 대학을 떠났다. 이런 사정은 국가통계에 그대로 반영되어 2024년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지역의 사정은 더 암울하다. 중증∙필수 의료를 담당하던 교수들부터 먼저 대학을 떠났다. 전공의도, 의대생도 돌아오겠지만 교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교육여건이 악화되었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는가에 따라 더 많은 교수들이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수급에 대한 과학적인 추계를 해보겠다고 했으나, 지역의 중증∙필수의료진 부족은 이미 현실이다. 정부는 응급 심뇌혈관질환자의 사망률 감소를 위해 2024년 2월부터 3년간 기관 및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관 네트워크 시범사업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기반으로 119와 핫라인을 구축하여 환자를 선별 이송하는 네트워크 시범사업이다. 반면, 인적 네트워크는 심뇌혈관질환을 치료하는 전문의들이 의사결정 플랫폼을 공유하여 환자를 치료가능한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네트워크를 통해 심뇌혈관질환자의 '응급실 미수용 (일명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고 골든타임 내 심혈관중재시술 받아 사망률을 낮추는데 있다. 따라서 사업성공의 열쇠는 얼마나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려면 최소한 지역에서 어떤 병원이 심혈관중재시술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에 심혈관중재학회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 사업의 운영을 맡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심혈관중재시술 가능 병원'의 정보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학회는 공공데이터분쟁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였고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심평원은 조정안을 거부하여 행정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참여 학회와 운영 기관이 행정소송이라니? 참으로 기이한 소송이다.
새정부는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기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말뿐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심혈관영상을 분석한 후 중재시술시행여부를 결정하는 혁신기술에 대해 추가적인 수가 없이 기존 방식대로 심혈관영상을 분석하는 것과 동일한 수가를 산정하겠다는 충격적인 행정예고를 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혁신기술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내 혁신의료 산업의 저해와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의정갈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연구와 진료에 매진해 온 중증∙필수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킨 행위다. 또한, 협의 없이 내려진 결정으로 상호간의 신뢰를 저버렸다. 결국, 중증∙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시작된 의정갈등은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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