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단속·관세에도 고용·증시 '건재'…EU와의 관세 협상은 막판 진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초기 그의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랐지만,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 기업 실적, 주식시장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안정세를 보이며 전문가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민 단속, 정부 지출 삭감, 관세 강화 등의 조치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용과 소비 모두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내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약 80만 개에 달하며, 실업률은 4.1%로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의하는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80% 이상이 2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를 상회했고, 주식시장은 관세 여파로 급락한 뒤에도 반등에 성공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월 기준 전년 대비 2.7% 상승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을 두고 "가짜뉴스와 이른바 전문가들이 틀렸다"며 "관세는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소극적 기조를 비판하며 관세가 물가를 지나치게 끌어올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2.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퍼스'는 "기존 경제모델이 자유시장 가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정책 효과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표면상 지표는 양호하지만, 착시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민간 부문 고용은 둔화됐고, 가전제품·가구·의류 등 수입품 가격 상승, 높은 주택가격과 대출금리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도 지적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1.1%로 낮췄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관세 협상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27일 스코틀랜드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EU산 철강·자동차·의약품 등에 대한 15% 수준의 상호관세를 압박 중이다.
EU는 이미 미국산 제품에 대해 930억 유로 규모의 보복관세안을 확정했고, 협상 결렬 시 8월 7일부터 발효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쟁점은 20개나 되며, 모두 복잡한 사안"이라고 말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