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삶은 여전히 빛난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대체 사람들은 무슨 희망으로, 어떤 이유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걸까?" 최근 혼자 수없이 되뇌고 있는 질문이다. 나 스스로가 목적지를 잃고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러던 중 "흔히 지금을 '무기력 지배 시대'라고들 한다.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고, 번아웃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시들함으로 의욕을 잃거나 불안감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을 만났다.
베스트셀러 '모든 삶은 흐른다'로 국내 20만 독자에게 감동을 줬던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단언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세상의 '찬란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존재의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거나 광활한 자연 풍광을 볼 때에나 '아름답다'고 감탄하지만 드빌레르는 삶의 찬란함과 아르다움은 늘 곁에 존재하나 다만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 가을 날의 석양이 떠올랐다. 몇날 며칠을 앓아 누워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본 하늘은 찬란한 붉은 물결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난 "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살아있음'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저자는 "일부러 눈길을 주는 것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에 관심을 두는 행위인 반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세상이 주는 놀라운 것을 그대로 느끼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정한 프로그램을 따르고 구분 짓고 라벨을 붙이고 싶은 욕망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전제가 먼저다. 이를 두고 저자는 "나는 미의 아나키즘(anachism)을 추구한다"면서 "사람들이 꼭 보라고 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루브르박물관에도 있지만, 들판 위 나무 한 그루에게도 있고, 오슬로의 거대한 피오르에도 있지만, 여름밤의 거리에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불의에 용기를 내는 것, 때에 따라서는 침묵하는 것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드빌레르 자신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시기에서 출발했다. '출구 없는 터널에 갇힌 기분'으로 살았다는 저자는 무엇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어디를 걸어도 황량한 길이었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던 시절이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까마귀 한 마리를 보며 시야의 모든 것이 갑자기 생기를 찾은 듯 다르게 보였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소소한 경험담이 이어지는 이 책은 거창한 철학적 메시지보다는 우리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각자 다른 행복을 발견하기 위한 소소한 연습과 노력의 방법을 알려준다.
책 속에서 저자는 아름다움의 '상대성'에 대한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표한다. 그는 "아름다움은 상대적이라느니, 문화권과 시대에 따라 다르다느니, 취향과 색깔처럼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상대적이다'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표현이라고, 비관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모든과 논쟁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날이 그날인 것 같은 매일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라는 게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다. 이미 우리 옆에 있지만 놓치고 지나가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찬란함을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방법과 그로부터 각자의 행복을 발견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의 오늘은 어제와 충분히 다를 수 있고, 잿빛 일상에서도 '나의 행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272쪽, 1만7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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