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 수혈과 헌혈묘

입력 2025-07-23 12:30:00 수정 2025-07-23 19:09:53

"A형 고양이 혈액 급구" 반려동물 헌혈의 현실
고양이, 첫 수혈 꼭 동일 혈액형 진행…체구 작아 체혈량↓ 까다로워 늘 부족
동물혈액은행 있지만 그 양 제한적

우유(고양이,2살)가 응급으로 내원했다. 동물병원에서 하혈로 빈혈이 심해 생명이 위태롭다는 진단을 받고 급히 이송되었다. 우유는 저체온증과 혈압이 잡히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저혈압 쇼크 상태였다. 잇몸은 혈색 하나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우유(고양이,2살)가 응급으로 내원했다. 동물병원에서 하혈로 빈혈이 심해 생명이 위태롭다는 진단을 받고 급히 이송되었다. 우유는 저체온증과 혈압이 잡히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저혈압 쇼크 상태였다. 잇몸은 혈색 하나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우유(고양이, 먼치킨, 2살) 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동네 동물병원에서 하혈로 빈혈이 심해 생명이 위태롭다는 진단을 받고 급히 이송되었다. 우유는 저체온증과 함께 혈압이 잡히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저혈압 쇼크 상태였다. 잇몸은 혈색 하나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우유에 대한 검사가 진행됐다. 먼저 빈혈수치(HCT) 체크. 이 수치는 혈액에서 적혈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데 10%(정상수치는 30% 이상) 이하였다. 이 정도면 생명을 유지하기 조차 버거운 심각한 상태를 의미한다. 수혈이 긴박한 상황이었다.

우유의 혈액형은 A형으로 확인됐다.다행히 고양이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흔한 혈액형이다. 곧바로 A형 고양이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헌혈 협조 문자를 보냈다.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우유의 빈혈이 발생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보호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우유는 임신 중이었다. 임신초기 태아가 자궁에 착상되어 성장하는 시점에 면역 이상 반응이 발생한 듯했다. 태아는 사산되고 더불어 태아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들도 이상 면역반응으로 인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린것이다. 자궁내 출혈이 지속될수록 우유는 점점 더 창백해져 갔다. 자궁적출 수술이 필요하지만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혈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었다.

우유는 임신초기 사산과 면역 이상 반응으로 인해 자궁내 출혈이 과다했다. 이미 HCT 10% 이하의 극심한 빈혈상태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수혈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두마리의 헌혈묘의 혈액 기증으로 2차에 걸친 수혈 치료 후 건강을 찾을 수 있었다. 퇴원 전 건강한 우유 모습
우유는 임신초기 사산과 면역 이상 반응으로 인해 자궁내 출혈이 과다했다. 이미 HCT 10% 이하의 극심한 빈혈상태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수혈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두마리의 헌혈묘의 혈액 기증으로 2차에 걸친 수혈 치료 후 건강을 찾을 수 있었다. 퇴원 전 건강한 우유 모습

헌혈묘 섭외가 늦어지면서 우유의 상태는 점점 나빠질 무렵, 원내 간호사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본인이 돌보는 반려묘 '쪼꼬'의 헌혈을 결정해주었다. 수혈 적합성 검사도 다행히 안정적이었다. 고양이 채혈을 위해서는 굵은 채혈용 바늘을 경정맥에 삽관해야 한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통증을 감내하며 20분 정도를 보정되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순한 쪼꼬 덕분에 40cc가량의 채혈이 원만하게 이루어졌고 곧 바로 수혈이 시작됐다.

우유의 점막에 선홍빛이 돌고 혈압이 확인되자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제 더 이상의 출혈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술을 마치고 6시간이 지나서도 우유는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우유의 점막은 다시 창백해지고 있었다. 골수에서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조혈능력이 회복되기에는 수혈량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2차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시점 헌혈묘 '일호'가 헌혈을 위해 내원해 주었다. 일호는 6개월 전에도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살린 은덕이 있는 고양이라 수의사들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두 번째 수혈이 시작되었다. 혈액형이 동일하더라도 1차 보다는 2차수혈이 반복될 수록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래서 수혈 부작용을 예방하는 처방들이 필요하며 수혈 중에는 수시로 환자묘의 생리 활력징후( vital signs) 들을 체크한다.

2차 수혈을 마칠 즈음, 우유는 몸을 일으키며 한결 생기있는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잇몸 점막이 붉어지며 그루밍도 하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유의 빈혈수치는 호전되어 있었다. 골수의 조혈 능력이 충분히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며칠 뒤 우유는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개와 고양이도 다양한 혈액형이 있다. 반려동물 임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수혈을 고려하여 개는 DEA 1.1형과 DEA 1.2형, DEA 4 형으로 분류하며, 고양이는 A, B, AB형으로 분류한다. 원칙적으로 같은 혈액형의 수혈이 가장 안전하다.
개와 고양이도 다양한 혈액형이 있다. 반려동물 임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수혈을 고려하여 개는 DEA 1.1형과 DEA 1.2형, DEA 4 형으로 분류하며, 고양이는 A, B, AB형으로 분류한다. 원칙적으로 같은 혈액형의 수혈이 가장 안전하다.

◆개와 고양이도 혈액형이 있다.

개의 혈액형은 여러 개의 항원이 조합되어 결정되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하다. 수혈을 위해서는 DEA 1.1형과 DEA 1.2형으로 크게 구분한다. 동일 혈액형의 수혈이 원칙이지만 개의 경우, 생애 첫 수혈 만큼은 서로 다른 혈액형의 수혈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두번째 수혈 부터는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반드시 동일한 혈액형의 혈액이 수혈되어야 한다.

개는 사람의 O형 처럼 모든 혈액형에에 수혈이 가능한 DEA 4 혈액형이 존재하기는 한다.하지만 그 비율이 낮아 원활한 혈액 공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양이는 A, B, AB형으로 분류한다. 고양이 혈액형별로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을 표시하는 모식도
고양이는 A, B, AB형으로 분류한다. 고양이 혈액형별로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을 표시하는 모식도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이종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 개와는 달리 첫 수혈 부터 반드시 동일한 혈액형으로 수혈받아야 한다. 다만 AB형 혈액형이 희귀하다 보니 혈액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A형 혈액을 AB형에게 수혈하기도 한다. 그나마 수혈 부작용이 적게 발생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혈액형은 A형이 전체 고양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B형은 15% 정도 차지한다.

한국고양이혈액센터에서 발급한 고양이 헌혈증
한국고양이혈액센터에서 발급한 고양이 헌혈증

◆동물도 혈액은행이 있나요?

국내에도 개와 고양이 혈액(전혈)을 공급하는 한국혈액은행(KABB)이 있다. 자체적으로 공혈견과 공혈묘를 보유하고 있다. 혈액을 채취하여 동물병원으로 혈액을 공급한다. 하지만 혈액 채취를 강요당하는 동물의 복지 문제가 자주 논란이 되고있다. 최근에는 채혈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채혈의 홧수와 채혈량을 제한하는 등 동물복지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고는 있지만, 동물복지가 강조될수록 혈액은행이 공급할 수 있는 혈액량은 제한 될수 밖에 없다.

◆헌혈견과 헌혈묘의 헌신

자발적 헌혈견과 헌혈묘가 증가하고 있다. 응급 수혈이 필요한 개와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반려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돌보는 개와 고양이를 헌혈에 참여시킨다. 비용이나 댓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기증이다. 헌혈견/헌혈묘 등록은 보호자의 결정 만으로 가입되지는 않는다. 1~8살 이내의 건강한 개체임을 확인 받아야 하며 정기 건강검징을 받아야 한다.최대 3개월에 1번, 일반적으로 일년에 두번 이내의 헌혈이 허용된다.

협력 동물병원은 헌혈견/헌혈묘에게 건강검진과 의료 헤택을 지원한다. 다양한 기업들이 헌혈견/헌혈묘에게 사료나 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헌혈견/헌혈묘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고양이 혈액은 구하기 어렵다. 고양이 체구가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4-7kg 정도의 체구에서 1회 채혈할 수 있는 채혈량은 불과 40~50cc 정도에 불과하다.
고양이 혈액은 구하기 어렵다. 고양이 체구가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4-7kg 정도의 체구에서 1회 채혈할 수 있는 채혈량은 불과 40~50cc 정도에 불과하다.

◆고양이 혈액이 더 부족하다.

개는 중대형견 들이 많다, 체형이 크면 1회 채혈량이 넉넉하고 채혈 과정도 수월하다. 대형견이 한번 채혈하면 소형견 여러마리를 살리게된다. 혈액은행에서도 개의 혈액이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되는 이유이다.

반면에 고양이 혈액은 구하기 어렵다. 고양이 체구가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4-7kg 정도의 체구에서 1회 채혈할 수 있는 채혈량은 불과 40~50cc 정도에 불과하다. 한마리를 살리기 위해서 여러마리의 헌혈묘가 채혈되기도 한다. 작은 혈관에서 채혈이 이루어지다 보니 고양이를 보정하는 채혈 시간도 길어진다. 그래서 고양이 채혈을 위해서는 진정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고양이 혈액을 구하기는 항상 어렵다

◆고양이 인공혈액 개발

수혈부작용이 크고 수혈용 혈액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고양이를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혈액의 개발을 무척이나 고대한다. 2018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주오대학 고마츠 테루유키교수팀이 고양이 인공 산소운반체(Hemoglobin-albumin cluster, HemoAct-F))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적혈구의 산소운반 역할을 일시적으로 대체함으로써 급성 출혈이 발생한 환자묘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도 많은 연구들을 거치며 안정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안전한 인공혈액이 상용화되기 까지는 '쪼꼬'랑 '일호' 같은 헌혈묘의 도움이 유일한 대안일 수 밖에 없다.헌혈묘 '쪼꼬'랑 '일호', 그리고 두분 보호자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