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피지컬 AI(Physical AI)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데이터 처리나 응답 수준을 넘어, 실제 물리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직접 행동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인간의 눈과 손, 뇌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기존의 로봇과 달리 자율성과 적응성, 복합 환경 인식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피지컬 AI가 산업 전환의 신호탄으로 자리잡고 있다. MIT 연구진은 액체처럼 유동적으로 작동하는 신경망(Liquid Neural Networks)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AI 드론을 발표하며 기술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고, 엔비디아(Nvidia)는 CES 2025에서 물리적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플랫폼 'Cosmos'를 공개하며 제조, 물류, 헬스케어 전반에 걸친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마존(Amazon)의 지원을 받은 Skild AI는 다양한 로봇에 적용 가능한 범용 AI 모델 '스키드 브레인(Skild Brain)'을 공개하며 다기능 로봇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피지컬 AI를 제조 혁신과 국가 전략 기술로 인식하고 본격적인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25년 산업통상자원부는 'K-Humanoid Alliance'를 출범시키고, 국내 주요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2028년까지 물건을 들 수 있는 상용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민간 주도의 '한국피지컬AI협회'도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국회와 협력해 제도 정비와 규제 개선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국민 체감 측면에서도 피지컬 AI는 점차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로봇이나 간호로봇의 활용이 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의 '휴고(HUGO)' 수술로봇처럼 실제 환자와 보호자 중심의 긍정적인 체험이 축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재활치료, 고령자 돌봄, 물류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인간형 로봇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과 윤리·법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부는 기술적 진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 기반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첫째, AI 반도체, 엣지 컴퓨팅, 고성능 센서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융합형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와 표준화가 시급하다. 둘째, 산·학·연 협업을 통해 피지컬 AI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로봇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 확대, 실증형 인턴십 프로그램, 융합 전공 개설 등 실효성 있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피지컬 AI는 물리적 접촉과 행동이 수반되는 만큼, 안전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비상 정지 장치, 충돌 감지 센서, 행동 제어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등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의료, 교육, 돌봄, 재난 대응 등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국민이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파일럿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영역으로 확산하는 정책적 설계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미국, 독일 등 기술 선도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 연구개발, 데이터 공유, 기술 표준 연계를 추진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진화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산업 구조 자체를 뒤바꾸는 커다란 전환의 시작점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축적된 AI 기술이 이제는 물리 세계로 확장되는 지금, 기술의 방향성과 사회적 합의, 정책 실행력을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이 이 새로운 파도 속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제도, 인재, 신뢰가 조화를 이루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피지컬 AI는 바로 그 전략의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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