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음 돌린 'AI 황제' 젠슨 황, 미중 무역전쟁 해빙기 맞나

입력 2025-07-20 16:44:10 수정 2025-07-20 20:33:35

H20 칩 중국 수출 허용 "미국이 AI칩 표준 선도해야"
중국 찾은 젠슨황 상무부 장관 면담…협력관계 강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 공급망 박람회(CISCE)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 공급망 박람회(CISCE)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규제를 철회하도록 회유하는 데 성공하면서 인공지능(AI) 혁명을 주도하는 인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황 CEO가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세계를 누비며 협상가로 변모했고, 중국과의 무역에 강경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조용히 글로벌 비즈니스 이익을 지지하는 백악관 인사들과 관계를 다져왔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런 노력은 결실을 보기 시작해 황 CEO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나 자사 칩의 중국 판매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산 칩이 세계 표준이 돼야 한다"며 "중국 시장을 중국 현지 경쟁사들에 내주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 직후 황 CEO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첫 대면을 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H20의 판매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실리콘밸리 출신이자 백악관 AI 및 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AI 칩의 판매 제한 조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는 미국의 칩 판매를 막지 않고 오히려 미국 기술을 세계에 전파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황 CEO는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미국 기술 스택은 글로벌 표준이 돼야 하며 달러처럼 전 세계가 그것을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에게도 같은 논리를 펼쳤다. 한 시간 가까운 회의 끝에 트럼프는 마침내 엔비디아의 중국 내 칩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했고, 며칠 후 엔비디아는 행정부가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찾은 황 CEO와 접견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중국의 외자 유치 정책은 변함없을 것"이라면서 "개방의 문은 점점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은 스케일이 방대하고 응용 시나리오가 풍부하며 혁신과 창조로 가득 차 있다"면서 "엔비디아를 포함한 기업들이 질 좋고 믿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중국 고객들에게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최근 미국의 H20 칩 판매 승인과 관련한 자발적 발표에 주목했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제로섬 방식의 사고를 버리고, 일련의 불합리한 대중국 경제·무역 제한 조치를 계속 해제해야만 한다"고 밝혔다.